비공식기구 소소위, 비공개 진행
쪽지예산 등 정치적 협상 우려
지자체·의원실 공조 체계에도
예산증액 여부 등 불투명 상황

대구시와 경북도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TK) 정치권이 국회의 깜깜이식 예산 심사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 대상에 올랐던 △노사평화의전당 △물산업클러스터 등이 삭감 논의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예산 증액 여부에 대해선 말 그대로 ‘깜깜이’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특히 예산소위의 각당 간사들로 구성된 소소위에서 비공개 심의로 이뤄지면서 이들의 손에 지역 사업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소위는 국회의 정식 기구가 아니라 회의 내용 등이 공개되지 않아, 국회의 오랜 고질병인 ‘쪽지예산’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예산에 관여하고 있는 TK지역 한 관계자는 “과거 예산을 심의할 때에는 예산소위에서 감액과 증액을 모두 마무리지을 정도로 ‘예산은 타결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올해는 4조원 결손 문제 등으로 예산심의가 파행되면서 ‘예산은 정치적 협상대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며 “예산편성권은 정부가 있지만 예산심사는 정치권이 해야 하는데, 현 상황을 보면 국회가 스스로 확보한 심사기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국회가 무력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의 우선순위 사업이 무엇인지’, ‘어떤 사업이 시급한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소소위에서 예산을 정치적으로 협상할 수밖에 없다”며 “안상수 예결위원장조차도 어떤 예산이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라고 심의 실상을 귀띔했다.

이를 입증하듯 TK지역 예산 확보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야가 예산안 법적처리 시한을 넘긴 지금까지도 내년도 증액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실제 소소위에서 TK지역 증액 예산 사업을 심의하며 증액 여부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TK지역의 각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에서 증액 가능 여부에 대해‘X(증액불가),△(검토해보겠다)’식으로 답변을 할 뿐이다. 예산을 담당하는 TK지역 관계자들 사이에서“어떤 사업이 얼마나 증액됐는지 모를 정도로 깜깜이”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시와 경북도 등은 국회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지역의원실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지역예산을 챙기고 있지만 예산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남북예산, 일자리, 복지예산 등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면서 지역 신규사업예산 확보는 물론이고 주요 사업에서 막판 증액이 쉽지 않다. 예산정국이 큰 틀의 흐름에 묻힐 경우 TK지역 신규사업 등이 누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경북도는 물론 TK의원들이 기재부를 비롯해 원내대표, 소소위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등 지역 예산을 따내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지난 3일 경북지역 의원들은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만나 TK지역 사업 증액을 요구하는가 하면 기재부 전 직원들에게 지역 사업 증액을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TK의원들은 지역의 중점 사업을 소소위에 참여하고있는 송언석(김천), 곽상도(대구 중·남) 의원에게 반드시 관철되어야 할 역점사업을 건네주기도 했다.

이와 관련, TK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 차관, 예산실장 등에 대해 지역의원들 및 보좌진들이 수시로 연락하며 예산배정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기재부가 증액에 부정적이었던 사업들을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안에 담긴 예산을 살펴봤을 때 TK패싱, TK홀대론이 불거졌던만큼, TK지역 예산이 삭감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북이 매년 예산심의 과정에서 3천억원이 올랐으나 이번에는 조금더 증액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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