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60대 뇌출혈 환자
공무 이유로 이송 거절 당해
위험 감수하고 운항했지만
높은 파도로 4시간만에 회항

“사람이 죽어 가는데 해군과 해경 다 외면하니 어쩔 수 없이 어선에 태워서라도 육지로 가야 안됩니까.”

동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5일 오후 기상악화로 울릉도에서 발생한 응급환자의 이송을 해군과 해경에 의뢰했으나 모두 거절당하자 어선으로 환자를 육지까지 이송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5일 낮 12시 56분께 울릉도 주민 A씨(67·여·북면)가 갑자기 쓰러졌다. 쓰러진 김씨는 울릉군 보건의료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출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종합병원 이송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울릉 보건의료원은 환자를 긴급 이송하고자 중앙 119와 해경에 헬기를 요청했지만, 안개와 기상악화로 지원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해경 경비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각 모두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에 나서는 바람에 울릉도에서 수백 km 떨어져 있어 도저히 올 수 없는 상태였던 것.

환자를 육지로 옮길 마지막 방법은 동해 상에 떠 있는 해군 군함이었으나, 이들도 군 작전상 수송할 수 없다고 통보해오면서 병원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한시가 급한 뇌출혈환자는 골든타임을 이미 놓친 가운데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라 의료원 관계자와 보호자는 어떻게든 방법을 세울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태였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어선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풍랑주의보에도 운항할 수 있는 29t급 오징어 어선에 응급환자를 태우고 이날 오후 4시 의사 2명과 보호자가 함께 육지종합병원으로 떠났다. 이 어선은 10시간 이상 운항해 다음날인 6일 새벽 2시께 육지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높은 파도로 항해를 못하고 4시간여만에 회항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일 밤에도 울릉주민 B씨(43·여·울릉읍)가 다쳐 육지의 종합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중앙 119 헬기, 해경헬기, 해경경비함이 모두 요청을 거절했다. 결국 B씨는 이날 밤 10시 독도평화호를 타고 악천후 속 7시간 이상 운항한 끝에 포항항에 입항, 대기 중이던 119구급차량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울릉도 한 주민은 “울릉도의 부족한 병원 인프라도 문제지만, 도움이 간절한 주민들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기관들이 야속하다”면서 “저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인만큼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