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출점 거리제한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지역에 따라 50∼100m로 경쟁사 간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자율 규약 제정안을 가맹사업법에 따라 승인했다. 우선 출점예정지 근처에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다면 주변 상권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게 된다. 거리 제한은 구체적인 수치 대신‘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현재, 담배사업법 시행규칙 제7조의3 제1항에 따르면, 담배소매인 거리 제한은 50m로 정해져 있으며, 지자체별로는 50~100 m로 규정돼 있다. 규약 참여사는 이 기준에 따라 정보공개서에 개별 출점기준을 담기로 합의했다.

이번 결정이 논란을 빚는 것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 때문이다. 편의점 출점제한은 지난 1994년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자율규약이 생겼지만, 2000년 공정위에서 이를 담합행위로 보고 폐지하도록 했다. 이후 2012년 공정위가 동일 브랜드 편의점 간 반경 250m 내에 출점을 금지하는 기준을 만들었으나 2014년 박근혜 정부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폐지됐다. 그러다가 지난 7월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거리제한 기준을 80m로 하는 안을 공정위에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거리제한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게 일종의 ‘담합’으로 부당 공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반려했다.

그랬던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편의점 경영 환경을 개선하라”고 언급했고, 최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편의점 과밀 문제를 해소하라고 지시한 뒤 입장이 바뀌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실패한 정책으로 편의점주들의 반발을 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렇다해도 경쟁 촉진을 최우선시해야 할 공정위로 하여금 경쟁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율규약을 눈감아 주도록 하는 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따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