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수전·기성전 싹쓸이 활약
한국 女 첫 상금 3억5천만원 돌파

▲ 최정 9단이 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폐막식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와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진짜 많은 것을 했네요.”

한국 최강의 여자바둑 기사 최정(22) 9단이 2018년 자신이 이룬 성과를 돌아보며 자신도 놀라워했다.

최정은 올해 최고의 해를 보냈다. 1월과 10월 여자국수전 우승컵을 두 차례나 들어 올렸고, 여자기성전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국내 여자기전을 싹쓸이했다.

세계대회에서도 궁륭산병성배 우승, 오청원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바둑단체전인 천태산배에서도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세계 최강의 여자 기사로 우뚝 섰다.

남자 기사들 사이에서도 빛을 냈다. 최정은 메이저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에서 스웨 9단, 타오신란 7단 등 중국 고수를 꺾고 16강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용성전에서도 국내 남자 기사들을 제치고 8강까지 진출했다.

또 박정환 9단과 호흡을 맞춰 세계페어바둑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최정은 지난달 26일 여자기성전 결승 2국에서 김혜민 8단을 꺾고 우승을 추가하면서 올해 공식대국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 승리로 16연승을 달린 최정은 80.21%(77승 19패)라는 놀라운 승률로 올해를 마쳤다.

최정은 올해 3억5천400만원의 상금을 획득, 한국에서 처음으로 상금 3억원을 돌파한 여자 기사로 이름을 남겼다. 박정환 9단, 김지석 9단, 신진서 9단을 이은 국내상금 4위다.

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폐막식에서 만난최정은 “상금으로 보면 올해가 최고의 해인 것 같다. 내년에는 더 최고의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청원배 결승에서 김채영 5단에게 패해 세계대회 타이틀 하나를 놓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면서도 “다른 부문에서 잘했으니 만족스럽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억대의 상금을 올렸지만 최정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정은 “어차피 상금은 부모님이 관리하셔서 저는 별로 쓰는 게 없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운동하는 데 쓰는 정도다. 바둑만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최정은 “여자 대회가 많이 생겨서 상금을 많이 벌 수 있었다”며 “바둑을 배우는여자 꿈나무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정은 상금보다 성적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특히 승률이 너무 신기하다. 80% 승률은 너무 신기하다”면서 “이게 끝이 아니다. 더 올라갈 수 있으니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최정은 11월 기준으로 한국 바둑랭킹 33위다. 이는 개인 최고 랭킹이다. 최정은내년에는 국내 랭킹 20위권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세계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면서 특히 삼성화재배에 욕심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입단하고 처음 나간 대회도 삼성화재배여서 거기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한 번 더 이겨보겠다”며 내년 삼성화재배 8강 진출에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드러냈다.

이어 “루이 사범님처럼 되고 싶다. 루이 사범님 너무 멋있다”며 더 강한 기사가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은 2000년 국수전에서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을 꺾고우승하는 등 정상의 남자 기사들에게도 당당히 맞선 여자 기사의 전설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