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계파갈등 해소 등을 위한 정치개혁안으로 ‘i(individual·개개인)폴리틱스(politics·정치)·i파티(party·정당)’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에 맞서 ‘아이 노믹스(i nomics)’를 발표한 지 약 열흘만에 우리 정당정치의 병폐를 총체적으로 진단하면서 내린 이 처방은 적절하면서도 흥미롭다. 개혁안을 뒷받침할 구체적 실천방안이 나와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발표된 개혁방안은 ‘정치에서 개별구성원 i가 중시되는 ‘아이 폴리틱스’ 및 ‘아이 파티’와 ‘평화이니셔티브’ 등에 대한 입장을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탈(脫)위계적이고 수평적인, 의원 개개인이 스스로 가진 정책역량으로 외부와 연결되고 창의적 열정을 발휘하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보면 대한민국 정당은 아직도 병이 들어 있는 환자”라고 진맥했다. 이어서 그는 “이 아픈 병을 누가 먼저 고치느냐, 스스로 환자인 줄 아는 당이 먼저 고칠 것”이라면서 “새로운 역사에 맞는 정당이 누가 되느냐 경쟁하는데 한국당이 선두에 설 것”이라고 확언했다.

김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의 계파정치 현실에 대해 “보스·위계 중심의 정당, 갇힌 정당이기 때문에 창의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계파나 보스중심에서 벗어나야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 대책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개혁작업들이 이번 발표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공천제도 변화와 당원권을 어떻게 신장시켜 계파주의를 막을지 장치 마련 등 고민을 녹일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개혁안 천명은 원내대표 선거가 복당파 김학용, 잔류파 나경원 의원 등 양자구도로 형성되면서 복당파·비박계와 잔류파·친박계 간 결집 움직임이 보이자, 이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계파를 자극해 표를 얻는 행위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고 나름대로 제어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일부 일탈적 행위에 대해서는 며칠 더 두고 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후보 간 단일화가 경선의 최대변수로 부상할수록 계파 간 대결구도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큰 딜레마다. 단일화가 끝내 세 결집 양상으로 흐를 경우가 문제다. 김 위원장의 개혁안이 고담준론(高談峻論)의 수준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보다 실천적이고 엄정한 조치들이 나오고 공감대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실용주의적 접근이 더욱 깊숙이 작용해 다가오는 원내대표 선거에서부터 한국당이 이제 정말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를 소망한다. 선거과정에서 당내 의원들이 사사로운 연고나 정치적 이해타산을 얼마나 벗어나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