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는 오징어가 많이 잡혀 유명하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면 으레 이곳에서 잡힌 오징어를 맛보고 선물도 많이 사갔다. 오징어는 울릉도의 대표적 상품이다.

이런 울릉도에 오징어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외지 방문객은 울릉도를 찾은 김에 싼값에 오징어나 실컷 먹어볼 참으로 상점을 찾으나 비싼 값에 깜짝 놀라고 만다고 한다. 울릉도가 ‘오징어 천국’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울릉도는 섬 전체 어업의 90%가 오징어잡이다. 오징어가 잡히지 않으면 주민의 생계는 덩달아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10여년 전부터 울릉도의 오징어 어획량이 줄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울릉도 근해에서 잡혀 위판된 오징어는 한해동안 8천~1만t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0년에 와서는 2천900t, 2015년에는 2천t선을 겨우 유지했다. 지난해는 800t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해가 최악이다.

그러나 올해는 더 심각하다. 오징어 성어기인 11월에 울릉수협에 위판된 오징어 어획량은 금액으로 모두 10억9천만 원 정도다. 가장 흉어기라 했던 작년의 4분의 1 수준이다.

울릉도에는 울릉도 선적 오징어잡이 어선이 대략 200척 정도 된다. 요즘 대부분이 항구에 묶여 쉬고 있다. 오징어잡이에 나서봤자 유류대나 인건비도 못 건지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출발한 오징어잡이 선박도 오가도 못하고 울릉도에 정박 중인 배가 수십 척이 된다. 위판장 분위기조차 을씨년스럽다. 이 같은 원인은 중국어선에 있다.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저인망 어선이 조류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는 오징어를 무차별 남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선박들은 50~ 150t급의 대형선박이다. 쌍끌이 그물로 우리 해역으로 내려오는 오징어를 싹쓸이 해버리고 있다. 올해도 중국 어선이 북한 동해수역으로 대거 몰려와 오징어잡이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 수가 1천 척이 넘는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이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가 대화퇴에서 남하하면 길목에서 모두 잡아버려 산란하는 오징어까지 남획되는 등 오징어 씨가 마르고 있다”고 했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없다고 한다. 어민들이 수차례 이런 사정을 전달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한심한 일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울릉주민의 90%가 오징어잡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다면 울릉주민 상당수가 생업을 위해 고향을 버리고 떠나야 할 처지다. 생업수단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주민의 편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주민들은 “오징어 어업인의 생계 파탄은 무대응으로 일관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릉도 오징어잡이 흉작 원인에 외교적 일이 있다면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일에 국가가 무대응하면 국민은 누굴 믿어야 한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