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급식비 지원 계획
“같은 세금 내는데 차별”
국·공립 학부모들 ‘원성’
시, 사립 우선 지원 후
추경예산 확보 방안 검토

포항시가 오는 2019년부터 지역 내 사립유치원에게만 급식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지역 내 국·공립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과 각 학교 병설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일선 학교장들 사이에서는 ‘사립유치원을 위한 특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포항시는 무상급식 지원은 사립유치원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포항시는 내년부터 시비 2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포항지역 사립유치원 무상급식 지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는 오는 2019년부터 동 지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지원사업을 동 지역 중학교까지 확대하기 위해 8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경북도와 경북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읍·면지역의 초·중학교 무상급식 지원사업을 동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포항시 초·중학교 무상급식 지원 예산 중 약 30억원이 남게 됐고, 시는 남은 예산을 사립유치원 무상급식 지원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과 교육 관계자들 사이에서 반대여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포항시가 운영하는 ‘포항시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자신을 포항 북구 동지역 병설유치원에 아이를 등원하는 학부모라고 밝힌 한 시민이 이와 관련한 청원글을 올려 3천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부 적극적인 학부모들은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직접 항의성 방문을 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 최모(31·여·양덕동)씨는 “같은 세금을 내는데 공립유치원 다니는 내 아이는 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며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이 계속 터지는 상황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포항시만 사립유치원에 지원을 해 주는 지 모르겠다.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병설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장들은 무상급식의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지역 내 초등학교 A교장은 “병설유치원은 급식비 명목이 따로 없고, 교재나 교구 등 학습환경에 써야할 교육과정운영비(누리과정교육비)에서 비용을 쪼개 쓰고 있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지게 사립유치원에만 급식비를 지원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포항에는 총 115곳의 공·사립유치원이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 사업이 시행되면 사립유치원 58곳 약 7천500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1인 급식비로 따지면 약 2천원 수준이다. 반대로 포항지역 공립유치원 57곳에 다니고 있는 1천300여 명의 아이들은 상대적인 비혜택자가 된다.

포항시는 사립유치원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을 위한 사업이라며 해명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게 아니라 서포항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현물로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사립유치원에 무상급식을 지원하게 되면 유치원 급식재료비가 줄어들게 되고, 학부모들은 유치원 급식비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의 의견에 공감하지만, 공립과 사립유치원 모두를 지원하게 되면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공립유치원까지 혜택을 보기 위해선 5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사립유치원을 지원하고, 필요에 따라 추경예산을 확보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에 따르면 경북도 내에서 사립유치원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는 지자체는 안동시가 유일하다.

3년 전부터 공립유치원 무상급식을 지원해오고 있는 안동은 지난 7월부터 시비 100%로 사립유치원 급식비도 함께 지원해주고 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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