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맛’
존 릴런드 지음·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만5천원·교양

“당장 눈앞의 즐거움을 찾아. 미래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나이 드는 맛’중 프레드의 가르침

미국의 중견 언론인 존 릴런드(59· 뉴욕 타임스 기자)는 저서 ‘나이 드는 맛’(웅진지식하우스)을 통해 “행복해지고 싶다면 노인처럼 생각하며 살라”고 조언한다. 흔한 얘기로 ‘꼰대’ 아닌 ‘어른’으로 아름답고 풍요롭게 나이 들어갈 때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러나 우리는 노년의 삶이 어떠할지 알 수 없다. 돈을 많이 모으면 행복한 노후가 보장될까?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지, 괜찮은 롤모델은 있는가? 초고령사회는 우리에게 어떤 세상이 될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의 저자 존 릴런드는 뉴욕에 거주하는 85세 이상의 노인 여섯 명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무려 1년에 걸친, 그야말로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그가 만난 여섯 명의 노인들은 정이 많고 괴팍하며 까다롭고 자주 깜빡깜빡했다. 또 유쾌하고 현명했으며 같은 말을 자꾸만 반복하거나 가끔은 말 섞기 힘들 정도로 피곤하게 굴기도 했다. 그리고 인간이면 누구나 그렇듯 그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노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또 일곱 번째 스승인 자신의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저자는 노년의 삶을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려면 어떤 가치관과 태도를 가져야 할지 개인적·사회적 관점에서 깊이 생각하게 됐고 그 해답은 지금까지의 관념에서 벗어나 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저자는 초고령자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담하고 세밀하게 기록하며 이를 통해 얻은 나이 듦에 대한 성찰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는 당초 뉴욕에 사는 85세 이상 초고령자들의 취재를 시작할 무렵만 해도 고령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게 되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을 노인들과함께 보내면서 그는 예상과는 다른 삶의 모습들과 마주했다. 죽기에는 너무 건강하다 투덜거리고 자주 연락하지 않는 자식들이 못마땅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찾는 나날. 그들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노년의 삶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노년뿐 아니라 어쩌면 인생의 모든 시기에서 가장 필요한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노인처럼 생각하라”.

저자가 1년간 초고령자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배우고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바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노인들처럼 살면 된다”는 것. 그들이 지나온시간 동안 쌓인 내공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의미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인들이 바로 그 비결을 전해주는 스승들이며 저자는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함께 소개하며 이러한 주장들을 탄탄히 뒷받침하고 있다.

“기쁨에 너무 들뜨지 않고 슬픔에 너무 처지지 않는 그것이 나이 드는 맛.”

그 누구도 원치 않지만 절대 피해갈 수도 없는 인생의 과정. 저자는 늙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인정하면서부터는 우리가 인생과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 말한다. 결국 남은 삶을 행복하게 채우는 것은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자연스레 고령자들의 시선으로 인생을 보는 연습을 시작해 보자.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잃게 되면 당장 세상이라도 끝날 것처럼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느라 혹은 쓸데없는 걱정거리들을 끌어안느라 현재를 즐기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보며 말이다.

책에서 인용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양로원이나 호스피스의 노인들 중 더 현명하다고 평가된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삶에 더 만족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명한 사람은 더 현실적인 기대를 하며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도 덜 실망한다. 그들은 쓸 수 없는 돈에 욕심을 내거나 이룰 수 없는 욕망을 품지 않는다. 게다가 기억이 나지 않으니 모욕 당했다며 복수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지도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 하찮은 것에 쓰던 에너지를 이제는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적인 것에 쏟아붓는 것이다. 저자가 만난 노인 중 한 명인 프레드의 말처럼 ‘행복은 지금 당장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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