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시군 내년 편성안 보니…
포항 등 5개시 1조원 넘어가도
정부 복지 ‘매칭예산’만 비대화
총예산의 35% 차지하는 곳도

기초자치단체의 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주민을 위한 단체장 주력 사업 추진은 제동이 걸리고 있다.

경북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내년도 예산 편성 규모가 1조원을 넘긴 곳만도 포항, 구미, 경주, 안동, 김천 등 5곳에 이른다.

포항시의 경우 2019년도 예산안을 1조 8천342억원으로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당초 예산보다 1천234억원(7.2%) 늘었다. 일반회계는 1조5천820억원으로 1천355억원 늘었고, 공기업을 포함한 특별회계는 2천522억원으로 121억원 줄었다.

안동시는 올해보다 4.9%(500억원) 증가한 1조700억원을 편성했다. 일반회계가 7.6%(684억원) 증가한 9천662억원, 특별회계는 15.1%(184억원) 감소한 1천38억원으로 잡았다. 이 가운데 복지비 총액은 2천72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69억원 증가해 내년도 전체 예산의 28.17%를 차지한다.

김천시는 올해보다 2.05%(202억원) 증가한 1조60억원으로 편성했다. 일반회계가 7.35%(589억원) 증가한 8천603억원, 특별회계는 20.98%(387억원) 감소한 1천457억원으로 설정했다. 복지 분야는 무려 22.46%를 차지하는 1천932억원이다.

구미시는 내년도 예산 규모도 1조2천55억원에 이른다. 일반회계는 올해보다 10.92%(1천5억원) 는 1조205억원, 특별회계는 2.78%(5억원) 증액한 1천850억원. 다른 시·군이 특별회계를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장 많이 예산을 투입하는 곳은 사회복지분야로 전체예산의 34.57%인 3천527억원에 달한다.

구미시를 제외한 대부분 도내 지자체는 본 예산 가운데 일반회계를 늘렸고 특별회계는 대부분이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등 사회복지분야 예산을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군부 지자체도 마찬가지 추세다. 반면 특별회계가 줄어든 이유로 그동안 환경부가 진행하던 상·하수도와 같은 환경기초시설 예산이 삭감되고, 최근 더욱 심해지고 있는 미세먼지와 스모그같은 대기 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예산 규모는 절대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민선 기관장들은 주민을 위해 꼭 해보고 싶은 공약 사업에 쓸 주머니는 오히려 줄어들어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의 사회복지 사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꼬리달린 예산’인 ‘매칭 예산’이 증가한 것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자치단체 예산 관계자는 “국가 정책상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예산을 줄이면서 복지 예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예산 자체가 매칭으로 편성되다 보니 국비와 도비가 늘어나는 만큼 자치단체도 없는 돈을 쪼개서라도 쏟아부어야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만 5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자 예산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지자체도 덩달아 복지 분야 세출이 늘어난 요인이다. 또 20만원 수준이었던 기초연금이 지난 9월 1일부터 25만 원으로 인상됐고, 65세 이상인 장애인연금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부가급여액도 8만원 인상돼 기초연금액과 합쳐 월 33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공약사업을 지키기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내 각 자치단체는 재원 염출의 한계로 인해 단체장이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 또는 새로운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상주시의 경우 2008년부터 202억원을 들여 문화예술회관 신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0여년 가까이 된 현 문화회관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높은 문화적 욕구에 비춰, 상대적으로 대공연장이 낡고 비좁아 수준 높은 공연 등을 초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 착공해 2020년 말 완공할 계획이던 이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경주시도 가칭 유림대교(제2금장교·450억원) 건설, 강변로 개설(200억원), 황성공원 사유지매입(300억원), 생태하천정비(300억원) 등 시민 숙원사업을 접어야 할 형편이다.

반면 재정안정화기금을 조성해 부족하고 불확실한 미래 재정위기에 대비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는 지자체도 있다. 안동시는 도내 최초로 1천억원 규모의 재정안정화기금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재정안정화기금은 순세계잉여금 등 매년 발생하는 초과 세입예산 중 일부를 떼어 조성한다. 시는 이를 통해 세입이 감소하거나 대규모 재난·재해나 대형사업 추진 등에 필요할 때 사용할 계획이다.

권기창 안동대 교수는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로 이에 따른 예산 증가와 수혜자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말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돌아가야 할 몫은 줄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보다는 과감하고 합리적인 복지 정책에 집중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권 교수는 “특히 재정자립도가 열약한 지자체는 더 심하다”면서 “중앙정부는 재정자립도가 열약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매칭 비율을 줄이는 등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인규·황성호·손병현기자

    곽인규·황성호·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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