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주

벽이 깨어지며 파편들이 확 꽂힌다

비명을 지르며 자신들이 낸 생채기를 먹고 조금씩 부풀어 오르다 창을 내고 있다

들여다보아도 안이 보이지 않는, 창 속으로 거대한 입들이 흘러 들어오고 추억처럼 젖은 눈도 밀려 들어온다

들어온 모든 것들은 서로를 밀쳐내며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한다

새로운 왕국을 꿈꾼다

영혼을 내어주고 찢어진 벽 속으로 질주한다

벽 속에 있는 창들에게 뼈가 되는 몸들 기형의 조각, 조각들이 터진 입과 짓무른 눈을 쌓아 올린다

상처난 조각들이 숨을 쉰다 새로운 몸들이 일어서고 있다

느리게, 그러나 빠르게 세상을 축조하고 있다

상처와 잔해를 모아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시인의 발상이 이채롭기 그지없다. 상처가 상처로 깊어져 범람하지 않도록 생기를 불어넣고 치유되고 복원되어 살아 숨 쉬는 새로운 왕국이 이뤄지도록 하는 시인의 건축술은 경이롭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