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복지예산 치중 기조에
올 SOC예산 전년보다 23%↓
포항도 9개 사업 국비 중단 등
지역 1300여개 업체 기반 ‘흔들’

지역 건설업체들이 고사 직전의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복지예산을 늘리기 위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축소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 건설업계에서 불거지고 있다. 건설업체에 관급공사는 살림밑천이나 마찬가지다. 아파트분양 사업처럼 애써 공사를 마쳐도 미분양되는 위험이 없고, 공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소 5%의 이윤이 보장되는 등 ‘땅짚고 헤엄치는’ 식의 확실한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국회 심의에 들어간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올해와 비슷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지역에 기반을 둔 건설업체의 영업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SOC 예산이 가장 많이 집행되는 창구로 ‘SOC예산 지표’격인 국토교통부의 올해 예산은 총 39조 8천억원(기금 23조 8천억원 포함). 지난해 41조 3천억원과 비교하면 3.8%, 1조 5천600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SOC 예산은 14조 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3.1%나 줄었다.

SOC 일감은 줄어들어도 업체 수는 줄지 않는, 관급공사 ‘파이 나누기’ 현상은 그대로여서 건설업계는 중병을 앓고 있다. 2000년대 중반 SOC 예산은 GDP 대비 25%에 달했지만 현재 15%로 급감한 실정이다.

포항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포항시의 25개 SOC 사업 중 9개가 국비 지원과 반영이 모두 중단됐다. 중단된 사업은 동해중부선(포항∼동해) 전철화, 기계∼영일만항 간 고속도 건설, 국도 31호선(흥해∼기계) 4차로 확장, 국도 31호선(감포∼하정) 4차로 확장, 국지도 68호선(죽장∼달산) 건설, 국도 14호선(오천∼경주)도로확장, 국도대체 우회도로 유강IC램프 설치, 경북지방 국토관리청 신설 등이다.

대구·경북지역의 다른 지자체 사정도 마찬가지다. SOC 사업이 축소 및 중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등록된 건설업체는 대구 405개, 경북 949개다.

익명을 원한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역 건설업체 중 상당수가 자본 잠식상태로 들어가고 있다”며 “면허정지를 당하거나 면허반납 등이 이어져 건설업계 생태계가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하청, 재하청은 물론 단종업체 등으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계의 위기는 곧바로 일자리 위기로 이어지게 돼 사회안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포항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A종합건설사는 설립된 지 30년이 되어가고 매출액도 1천500억원이 넘는 중견 기업이다. 하지만 올 들어 더욱 사정이 어려워졌다. SOC 사업을 축소하는 정부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 발주공사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영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관급 공사 수주가 대폭 축소되면서 사업 입찰금액이 대략 15% 줄었다”며 “회사의 외형 유지상 인건비를 줄일 수는 없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A건설사의 SOC 사업 수주는 2015년 2건이었으나 2016~2018년에 0건으로 안정적인 영업여건 확보가 불가능해졌다.

설립 2년차를 맞은 B종합건설사는 SOC 수주건수는 적지 않으나 덩치가 보다 큰 회사들에 비해 건설경기 불황의 여파를 더 심하게 겪고 있다. B건설사는 SOC 사업 수주건수가 2017년 5건에서 2018년 3건으로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건수도 문제지만 건당 규모가 축소된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SOC 사업 건수를 맞추기 위해 줄어든 예산에 맞춰 사업 금액을 줄이고 있다”며 “가뜩이나 경기가 안좋은 데 SOC 사업건수도 줄어들어 지난해 20여명 채용했지만 올해는 신규 채용은 엄두도 못내고 오히려 기존 직원 2∼3명을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우리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SOC 사업을 한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가 대구·경북지역 건설업체 중 10%가 넘는다”고 귀띔했다. “이대로 가게되면 내년엔 건설업체가 줄도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도 SOC 예산공사 전망도 밝지 않다. 2019년도 SOC 예산안은 올해보다 2.3% 감소한 18조 5천억원 규모다.

박순자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년 수준인 3천억원에서 5천억원을 증액한다 하더라도 올해 예산과 별 차이가 없다”며 “SOC 예산이 감소하면 일자리가 감소한다”고 우려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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