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최근 세계적으로 신용위험 스프레드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실기업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유전 개발비용 부담이 큰 에너지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그 동안 초저금리로 연명했던 구경제 한계기업들은 작은 금리 상승에도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GE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며 시중금리가 안정될 것으로 판단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신용 스프레드가 상승해서 금리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융기관들도 안심할 수 없다. 물론 리먼사태 이후 자본충실화 규제로 인해 자기자본대비 위험자산의 규모를 줄여왔지만 위험자산의 질은 의문이다.

즉 동일한 대출자산이라 하더라도 신용등급이 더 낮은 곳에 대출해서 초과이익을 탐했거나 파생상품 투자의 경우에도 레버리지(leverage)가 더 큰 파생상품에 투자했는지 상세한 내용을 분간하기 쉽지 않다. 인간의 탐욕은 말릴 수 없다. 그 동안 자산가격이 변동성없이 안정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어떤 부실이 숨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회사채 규모는 2008년 5.5조 달러에서 현재 9조 달러를 상회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기업들이 빚을 내서 투자한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주로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기 때문에 기업들의 부실 자산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오해일 수 있다. 그 동안 가려져있던 구경제 한계기업들의 상처가 곪아 왔다면 최근 나타난 인플레 등 작은 충격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할 수 있다. 이 경우 신용 스프레드가 상승하며 예상치 못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자금조달에 있어 부채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즉 기업들은 과거에 샀던 자사주를 매도하여 부채를 상환하려 할 것이다. 즉 증시에 주식 공급이 증가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그 동안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이 자사주 매입임을 감안할 때 이제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은 경계할만한 부분이다. 따라서 향후 신용 스프레드가 어떤 속도로 상승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증시에 불안감을 안겨주는 또 다른 요인은 브렉시트다. 내년 3월 말이면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나와야 하는데 아직도 영국 내에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다. 영국은 당장 현지 진출 해외 기업의 철수로 인해 고용 악화가 우려되고, 또 영국 내 소비식량 가운데 1/3을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데 여기에 관세가 부과되면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영국 사람들은 이런 문제들을 유럽연합과 개별적인 협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오산이다. 25일 메이 총리는 다시 한번 브렉시트를 선언했지만 어쩌면 영국 총리만 교체되고 브렉시트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근본적인 이유가 저성장의 고통을 탈피하기 위해 제도권의 규제를 벗어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몸부림임을 감안할 때 이런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은행 중심인 유럽연합 내 금융 규제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영국에 이어 이탈리아, 그리고 독일을 제외한 유럽국가들이 저마다의 살 길을 찾기 위해 영국의 뒤를 따를 수 있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이 와해될 수도 있다.

과거 세계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보일 때에는 뭉치는 것이 미덕이었다. 국가간 비교우위 공유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태에서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조를 위해 자유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그 동안의 만들었던 시너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도기의 고통이고, 기존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 상처가 곪으면 빨리 짜내고 새살이 돋게 하는 것이 해법이다. 그러나 제도권의 상징인 미국과 독일은 이런 시도를 두려워하여 지난 10년간 돈을 풀고, 국가 빚을 늘려 구경제를 살리려 해 왔다. 그러나 상처의 염증은 심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