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전 포스텍 교수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

일반적으로 30대에 결혼한 지 15년에서 25년 지나면 자녀들이 고등학생으로 성장하고 대학생 또는 사회의 새내기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그때 부모들은 인생의 가을에 깊이 들어와 흔히 50대 중년시절에 접어들고, 크게 세 가지 이슈에 직면하게 된다.

부부간의 관계, 법적 성인이 되었고 아마도 이미 자신의 가정을 이룬 자녀들과의 관계, 그리고 10여 년 후에 시작되는 내 자신의 노년 또는 은퇴시기를 위한 준비이다.

첫 두가지 이슈는 인생의 가을만 아니라 일생에 걸쳐 논의해야 할 성격이므로 후에 따로 논해 보고자 한다. 오늘은 노년 또는 은퇴시기를 위한 준비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전통적인 대가족 생활 풍습 하에서 노부모들의 준비는 자녀들이었다. 특히 큰아들이 노부모를 보시는 것이 전통적인 풍습이었고 그래서 장자에게는 두 배를 상속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러한 노후대책은 과학과 기술이 원시적이었고, 사람의 근육과 동물의 힘이 에너지의 원천이었던 과거 농경기 시대에 유용한 사회질서였다. 그리고 통신과 수송(輸送)수단이 제한된 사회에서는 부족별, 가족별, 그리고 개인별로 자급자족이 중요한 시대에 맞는 사회질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의 급진적인 변화에 따라 선택의 범위가 넓고 다양해짐에 따라 사고 방식과 사회질서가 지진을 만나듯 뒤엎어지고 있다.

따라서 노년 또는 은퇴시기를 위한 준비와 관련하여 미시적인 개인 측면과 거시적인 사회적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먼저 거시적으로 사회보장 제도를 간단히 언급한다. 국가라는 공동체가 개개인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생활을 뒷받침해 주는 사회보장제도는 노년 또는 은퇴시기에 반석(磐石)같은 역할을 해준다.

사회보장 제도는 금전적인 보조를 통해 경제 생활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일구어 주고 개인의 심성(心性)을 안정시켜주는 정신적 문화적인 사회효과를 이룬다.

이 글에서는 범국민적인 사회보장 제도가 절실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줄이고, 중년시기에 별도로 노후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서의 개인 재정계획에 대해 논한다.

첫째, 중년 시기에는 개인 빚이 없어야 한다. 빚이 있으면 재정계획을 자유롭고 융통성있게 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파산을 해야 한다. 파산은 빚을 갚지 못하게 될 경우에 일어나며 그 여파가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남에게 그리고 사회에 파급되어 개인의 행위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둘째는 정기적으로 저축하는 것이다. 수입이 고정적인 경우는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매월 스스로 강제 저축해야 한다. 환경상 빚이 있는 경우 원금 상환도 저축의 일부로 간주할 수 있다. 중년시기에 자동차 구입까지는 전액 내 현찰로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신용카드는 현찰을 지니고 다닐 필요를 줄여 주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지 빚을 빌리기 위한 방편으로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매월 잔고가 남아 그에 대한 비싼 이자를 내지 말아야 한다.

셋째는 수입 한도 내에서 지출하는 생활 습관을 지키는 것이다. 개인 자산(資産)을 즐기기보다 재산(財産)을 즐겨야 한다. 정기적으로 저축하고 수입 한도 내에서 지출하는 생활 습관을 고수하면, 예상치 않은 큰 비용이 나가야 할 때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넷째는 예상치 않게 큰 비용이 나가야 하는 경우 크게 보호가 되는 보험이다. 건강보험, 자동차 사고 보험, 화재보험, 생명보험 등. 이 보험의 가치는 큰 돈이 나가야 할 때 물론 보호가 되지만, 사고없이 매일 매일 지나갈 때마다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 매일 불안해 하지 않고 발 쭉 뻗고 잠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험은 쓰지 않고 지나갈 때에도 가치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노년 또는 은퇴시기를 위한 준비에서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의 진실을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