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민은 서럽다. 겨울철이 되면 육지로 나가는 일도 쉽지가 않다. 육지서 공급되는 각종 생필품조차도 수급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기차 타고 유럽여행을 간다는 철도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세계가 바야흐로 하루 생활권으로 바뀌고 있어도 울릉군민에게는 남의 나라 일이다.

매년 겨울만 되면 육지와 울릉을 오가는 여객선이 정기검사를 이유로 장기간 운항이 중단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육지와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여객선인 썬플라워호(총 톤수 2천394t·정원 900명)가 정기검사를 이유로 12월 1일부터 두 달간 운항을 중단한다고 운항선사인 대저해운측이 밝혔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 새삼 놀랍지도 않으나 주민들은 화가 난다. 같은 나라 땅 안에서 왜 울릉군민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화가 난다는 것이다. 지난 23일에는 울릉군 주민 100여 명이 울릉군청 앞마당에 모여 집회를 벌였다고 한다. 겨울철만 되면 되풀이되는 여객선의 높은 결항률과 도동항으로 들어오는 여객선이 없어 상가 주민의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호소하는 집회였다.

울릉도는 연간 3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천혜의 관광지다. 수요기에는 관광을 목적으로 육지와 울릉을 오가는 여객선이 많아 울릉주민이 육지를 다니는 데는 큰 불편이 없다. 그러나 비수기인 겨울철이 되면 지금처럼 여객선이 정기검사를 이유로 운항을 매번 중단하고 있어 주민의 육지 왕래가 불편해진다. 특히 겨울철에는 기상마저 자주 나빠 배가 운항을 못하는 날이 많아져 이런 불편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여객선사도 기왕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면 비수요기인 겨울철을 적기로 보고 선택하고 있어 울릉도는 겨울철만 되면 고립무원의 섬처럼 된다고 한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런 섬 주민의 불편이 개선되는 낌새는 전혀없다. 지난 2014년 경북도는 울릉도 여객선의 겨울철 결항률을 낮추기 위해 정기검사에 따른 대체선박을 기존 선박과 같은 규모로 투입할 경우 적자를 보존해 주는 조례를 제정했다. 2015년에 2억6천만 원의 예산까지 마련했으나 여객선사가 같은 규모의 대체선박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조금 지원을 하지 않았다. 조례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똑 같은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당국의 의지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전국 오지 섬들이 비슷한 상황이라 하나 울릉군의 상주인구는 1만 명에 이른다. 사람 수만 보아도 섬 주민의 발인 여객선의 운항편수 감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겨울철 동안 육지를 오가는 뱃길이 줄어들면서 발생할 주민생활 불편은 하나 둘이 아니다. 울릉군수도 이 같은 문제에 적극 공감했다고 하니 과거와 다르게 해양수산청 등 주무기관의 협조를 얻어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내년도에도 똑 같은 문제로 주민을 만나서야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