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산업자원부 측 태도는 여전히 의혹투성이다. 유발지진 가능성 조사 단계인 정부합동조사단 구성부터 논란을 자초한 산자부였다. 유발지진이라는 학계의 문제 제기로 시작한 정부합동조사단 구성에 지열발전소 사업을 주관한 산자부와 정부 출연기관이 주축이 되겠다고 했던 것부터 의심을 받을만한 일이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이를 두고 “피의자가 수사를 맡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할 정부합동조사단의 의지를 의심케 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포항지역 지열발전소 사업에 참여했던 유럽의 한 업체가 지난 4월 갑자기 사업을 철수한 것이 확인되면서 철수 이유가 유발지진과의 연관성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약 그들의 철수가 유발지진 가능성을 예측하고 한 것이라면 지열발전소가 지진 발생 위험성을 알고도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어 정부 측의 사실 확인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11·15 지열발전공동연구단에 참여하고 있는 백강훈 포항시 의원과 양만재 연구위원은 “유럽의 모 업체가 포항지열발전소 건립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업체는 지난해 4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3.1 지진 후 철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두 위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04년 독일 란다우 지열발전소 건립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란다우 지열발전소는 2007년 이곳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지열발전소를 방치해두다 2014년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이들이 제시한 내용에 대해 정부합동조사단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지열발전소에 의한 포항지진 유발 가능성은 지난 4월 이진한 교수(고려대)와 김광희 교수(부산대)가 과학저널 사이언지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본격 제기됐다. 그들이 제시한 학술적 근거는 국제 사회에서도 학술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포항지역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원인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지진관측 이래 두 번째 큰 규모인데다 가장 큰 피해를 낸 포항지진이다. 최근 포스텍 융합문화연구원이 포항시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한 응답자가 80%, 또다른 지진 피해에 공포를 느낀다는 사람이 85%였다. 또 응답자의 72%가 지진 원인으로 지열발전소를 지목했다.

포항 지진 발생에 대한 보다 명확한 원인 규명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여론조사에서 모두 나왔다고 본다. 그동안 산자부는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이란 문제에 대해 늘 소극적 내지 회피형 태도를 일관했다. 이런 점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점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나 불신이 정부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지진과 관련한 작은 문제라도 지금부터 진실하고 정확한 해명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