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배추, 동남아 입맛 사로잡다

▲ 청정한 자연 환경에서 재배된 영덕 배추가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영덕군 제공

청정한 푸른 바다와 오염되지 않은 초록빛 숲을 동시에 지닌 영덕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영덕은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수려한 자연 경관을 만끽하며 특산물인 대게와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기 위해서다. 영덕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로는 앞서 언급한 대게와 함께 여름철에 생산되는 복숭아, 가을철 송이버섯이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추가됐으니 바로 배추. 먼저 영덕군의 설명을 들어보자.

“깨끗하고 맑은 공기로 이름 높은 주왕산이 지척인 곳이 바로 영덕입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배추는 싱싱하고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주왕산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이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면 영덕 배추는 사람들의 입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지요.”

이런 자랑이 과장이 아닌 사실임이 최근 증명됐다. 영덕군은 10월 말 농가와 수출업체간 사전계약을 맺어 대만으로 가을배추 수출을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 봄배추 430톤이 대만과 말레이시아로 수출된 것을 출발점으로 올해는 3천톤의 배추 수출이란 목표를 향해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청정도시 영덕의 특산물을 세계인들에게 선보인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 배추 수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실현된 것인지 짚어본다.

주왕산 자락 깨끗한 공기·땅에서 자라 식감 ‘최고’
올 상반기 대만·말레이 730t 수출… 해외 판로개척 열성

◆ 영덕 농산물, 전략적 마케팅으로 해외시장 개척

영덕군은 지난해 가을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추 생산농가와 수출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배추 수출과 관련한 실무협의회를 가졌다. 2017년 영덕 봄배추가 대만으로 수출되면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호평 받았고, 추가 주문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협의회는 향후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농약 안전사용 기준 준수와 재배 이력 작성, 배추 수출단지 지정을 위한 교육 등을 진행했다. 영덕 배추의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통해 국내 배추시장의 가격 폭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 농가소득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실무협의회에서 영덕군은 “현재 수출 중인 영덕의 특산물 사과, 배, 홍게살 등과 함께 배추의 해외수출 전략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덕 배추 대만 수출을 위한 실무협의회’가 다시 열렸다. 참석한 생산농가와 수출업체 관계자 30여 명은 물량 확대와 수출국 다변화 방안에 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배추 생산과 수출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영덕 배추 수출작목반’의 구성이 결정됐다. 이인호(창수면) 씨를 회장으로 하는 작목반은 ‘2018년 영덕 배추 3천톤 수출’이란 목표를 세웠다. 함께 자리한 농업기술센터도 “영덕 농산물 해외시장 개척과 배추 생산농가 소득향상을 위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올 4월엔 대만 수출 배추 재배농가 60여 명에게 ‘찾아가는 수출농가 종합안전성 교육’도 실시했다. 이 교육은 생산과 출하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수출시 발생하는 위반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농진청 수출농업지원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수출부, 농업과학원 등에서 전문가가 초청돼 농산물 생산 현장의 애로사항을 질의와 응답으로 풀어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와 관련 영덕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 처음 영덕 배추 수출작목반(70ha·50농가)을 구성해 대만 수출의 기반이 만들어졌다.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해 목표한 수출량을 맞추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아삭한 식감의 영덕 배추, 대만에서 큰 인기

영덕군과 배추 생산농가, 여기에 농업 관련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제 서서히 풍성한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수확되고 있는 영덕 배추의 대만 수출이 시작된 것.

영덕군은 이미 올해 상반기 봄배추 730톤을 대만과 말레이시아로 수출했다. 끊임없는 해외 마케팅을 추진해온 영덕군은 현재 1천160톤의 배추를 수출했으며, 금년 안에 3천톤을 해외시장에 내보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통계청의 ‘가을배추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만3천313헥타르(ha)의 배추 재배 면적 중 전남이 3천244㏊, 충북이 1천920㏊, 경북이 1천869㏊, 전북이 1천433㏊, 충남이 1천283㏊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5개 지역이 전국 재배 면적의 73.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은 배추 생산량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아 영덕의 배추 수출 판로확대는 농가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질 듯하다. 영덕의 배추 재배농가에겐 자긍심이 있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동해의 바닷바람과 깨끗한 자연 속에서 기른 영덕 배추의 아삭한 식감은 다른 어떤 배추도 따라올 수 없다”고. 이는 영덕 배추가 동남아에서 누리는 인기의 비결이기도 할 것이다. ‘영덕 배추 수출작목반’ 역시 새로운 해외시장 판로개척을 위한 재배 면적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영덕군은 지난해 배추 902톤을 동남아에 수출해 17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이미 말했듯 3천톤, 56억 원이다.

영덕군청 관계자는 “배추와 무, 해방풍과 농수산물 가공품 등 수출 품목 확대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수출품을 발굴·육성해 2022년까지 수출 300억 원, 수출 물량 1만톤을 달성하려는 노력에 게으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청정 영덕’의 배추와 농산물은 동남아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서 청어과메기가 먹음직스럽게 건조되고 있다.   /영덕군 제공
▲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서 청어과메기가 먹음직스럽게 건조되고 있다. /영덕군 제공

꽁치보다 덜 비리고 담백
초고추장에 푸욱 찍어
영덕 청어과메기
“한 입만~!”

‘과메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도 인기가 높은 경북 특산물 과메기. 동해안에 사는 사람들은 가끔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과메기는 꽁치로 만드는 거야? 청어로 만드는 거야?”

최근 생산·유통돼 전국으로 판매되는 대부분의 과메기는 꽁치로 만든다. 하지만 ‘원조’로 불릴 수 있는 건 청어과메기다. 30~40여 년 전까지는 ‘청어과메기’가 주류였다.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 동해안 청어가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대신한 게 꽁치다. 청어과메기의 원조 생산지로 불리는 곳은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이 조그만 어촌은 현재도 청어과메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창포리 주민들은 “씹는 맛이 좋고 오메가3가 풍부한 청어과메기도 꽁치과메기와 마찬가지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위생적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으니 한 번 드셔보시라”고 관광객들에게 권한다.

영덕군청의 설명에 따르면 “과메기의 주류가 청어에서 꽁치로 바뀐 건 사람들의 입맛이 변한 게 아니라 바다가 변한 탓”이다. 1980년대 동해에서 청어가 거의 사라진 것.

청어가 돌아온 건 지난 2007년 즈음이다. 그때부터 어획량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고, 창포리에 청어과메기 덕장이 다시금 들어섰다. 청어과메기 생산량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청어과메기 마니아들은 “꽁치과메기보다 비릿한 향이 덜하고 더 담백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청어과메기가 맛있을까, 꽁치과메기가 맛있을까라는 물음에 정확한 대답을 내놓을 사람은 없다.

이는 “콩떡이 맛있을까, 팥떡이 맛있을까” “자장면이 맛있을까, 짬뽕이 맛있을까”처럼 무용한 질문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

▲ 청어과메기를 말리는 어민의 손길이 분주하다.
▲ 청어과메기를 말리는 어민의 손길이 분주하다.

과메기는 ‘관목청어(貫目靑魚)’에서 생겨난 단어다. 꼬챙이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 과메기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가공 방법이 변해왔다.

예전엔 청어를 씻어 싸리나무로 눈을 관통시킨 후 부엌의 봉창 근처에서 연기에 그을리며 말렸다.

이렇게 하면 밤에 얼었던 청어가 불을 지피는 아침에는 녹는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청어과메기의 독특한 맛이 생겨났다.

재래식 부엌이 거의 사라진 요즘엔 어판장에서 판매되는 청어를 덕장으로 옮겨 바닷물에 깨끗하게 씻은 뒤 짚을 이용해 양편으로 묶는 방식이 사용된다.

나무 기둥에 내걸린 청어는 10~15일 정도의 건조 기간을 거치면서 ‘동해안의 별미’로 재탄생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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