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가정폭력 피해여성
긴급 피난처 25년만에 폐지
부족한 예산에 운영 불가
구미시, 올 들어 10월까지
가정폭력 신고 800건 훌쩍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으로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절실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으나 정작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구미시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피신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구미지역 유일의 가정폭력 여성 긴급 피난처가 지난달 문을 닫았다.

피난처를 운영하던 구미여성종합상담소는 지난 9월 19일 긴급피난처 폐지를 신청했고, 구미시는 지난달 19일 폐지를 결정했다.

구미에서 지난해 발생한 가정폭력 신고수는 515건이 였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이미 800건이 넘어섰다.

지난해에만 31가구 52명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이용한 긴급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도 구미여성상담소가 피난처를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다.

구미시는 긴급피난처에 연간 500만원(도비150만원, 시비 3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것도 그나마 오른 지원금이다. 상담소가 1993년 긴급피난처를 만들어 운영했지만, 시의 지원은 2003년부터 1년에 300만원이 고작이었다. 2014년도부터 500만원으로 인상됐다.

긴급피난처의 특성상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이다.

한 사람의 인건비도 안되는 지원금이다보니 긴급피난처의 모든 일을 우순남(72) 상담소장이 혼자서 떠맡을 수밖에 없었다.

우 소장은 상담소 내부에 긴급피난처를 만든 인물로, 처음 10년동안 자비로 피난처를 운영했었다.

우 소장은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밤늦은 시간에 가정폭력으로 옷도 신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피해 여성들이 마땅히 갈 곳조차 없는 걸 보고 상담소 안에 긴급피난처를 만들게 됐다”며 “25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피해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가 버거워 부득이하게 폐지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년 넘게 피난처를 운영하고 있을 때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문을 닫으니까 관심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피해자들에게는 항시 관심을 가져야한다. 하루라도 빨이 그러한 사회풍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시민은 “복지예산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하는데 대체 그 예산이 어디로 빠져 나가길래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조차 없어져야 하느냐”며 “복지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현재 긴급피난처를 유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긴급피난처 지원금을 800만원으로 늘릴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구미시의 내년도 복지예산은 올해 2천940억원보다 600여억원이 증액된 3천528억원이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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