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모스크바에 회의가 있어서 들렀다. 오래전 러시아 동쪽 끝 하바로프스크는 한 번 들른 적이 있어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처음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내렸다.

그리고 3일간 펼쳐진 러시아의 모습은 미국의 여느 도시, 한국의 여느 도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공산국가” “사회주의” “독재국가” 뭐 이런 단어가 생각나는 러시아의 모습은 그냥 그런 자본주의 국가나 같았다. TGIF, 맥도날드 같은 미국의 웬만한 레스토랑이 보였고, 서구에서 살 수 있는 브랜드도 거의 다 보였다. 물론 호텔 TV는 LG, 삼성, 기아의 간판도 여기저기 보였다. 여기가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역사를 돌아보면 소련 사회주의(스탈린주의)는 칼 마르크스와 엥겔스같은 순수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염원하는 사회주의와는 달리 노동자, 농민 민주주의 기반 체제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체제로 바꿔, 이에 분노해 노동자, 농민이 중심이 되어 혁명이 일어나고 소련(소비에트 공화국) 붕괴의 원인이 되었고, 실제로 러시아는 국가 자본주의체제로 전환하면서 경제성장을 가져오는듯 했다. 이제 러시아는 자본주의이고 사실상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으로 재탄생하게 됐는데 민주공화정 체제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선택했다.

안내를 하는 러시아 안내인은 필자가 “푸틴이 20년을 장기 집권하는 건 그만큼 인기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That is a difficult question(꽤 어려운 질문이군요)”라고 맞받아쳤다. 자본주의는 맞고 민주주의는 틀리다는 말로 들린다.

눈을 들어 동쪽을 바라보았다. 평양이 보이는듯 했다. 평양은 어떨까? 이 정도의 자본주의식 시장이 형성되어 있을까?

인권이 억압되고 모든 것이 수령중심이고 TV를 틀면 수령에 대한 충성만 강조하고 그리고 각 가정이 수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사회, 그리고 거주 이동의 자유가 없는 사회가 곧 북한이다. 위에 열거한 일들은 이제 러시아에선 볼 수가 없는 일이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북한의 국민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 면전에서는 당과 수령을 칭송하지만 이면에는 자본주의식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얼마전 편견을 깨는 북한의 이야기를 묶은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가 나왔다. 저자는 평양 김일성대학을 나온 탈북민이다. 저자는 억눌린 욕망이 분출하는 평양에서 북한의 미래를 보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지금까지 듣고 본 북한 이야기는 다 잊어라”는 말을 하며 북한의 장마당을 겨냥한다. 저자는 북한의 장마당은 점차 표준화되고 있다고 한다. “장마당엔 고양이 뿔 빼고 다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의 모든 물품이 거래된다고 한다. 한국의 대형마트를 방불케 하는 장마당은 단순한 상품 판매 장소를 넘어 가치를 지닌 모든 재화와 재능이 거래되는 북한식 시장경제의 일선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우린 속이 차지 않는다. 남북한 군사회담도 걱정이 된다.

아직 거주이동의 자유가 없고 1인독재, 가족승계 정권,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정책인 저 북한이 일부 상권이 자본주의화되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모스크바 크레믈린궁전 앞 레드 스퀘어에 모인 각국의 방문객들과 러시아인이 얽힌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즐기는 모습에서 우린 변화한 러시아를 본다.

그러나 그 러시아를 추종해 형성된 공산주의 북한의 지금의 좌표는 어디일까?

정치적인 현재의 모습을 포기하지 않는한 북한을 믿긴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오늘의 북한과의 협상이 걱정된다. 모스크바에서 바라보는 평양의 모습은 “걱정스럽다”는 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