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정문화부장
▲ 윤희정 문화부장

영천에 (가칭)강신성일영화박물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영화계의 산증인이었던 배우 고(故) 강신성일 관련 문화유산을 총망라해 전시하고 역사 속 그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최기문 영천시장이 지난 7일 고 강신성일 추도식 추도사에서 그를 기리고 지역 문화 창달을 위한 공간으로 언급한 뒤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최근 고인의 아들인 강석현씨와 각 시·도청 주무부서 과장들이 만나 영화박물관 건립을 주도할 추진위원회 구성과 재단법인 설립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에는 박물관 진입로가 될 영천시 괴연동 630번지 성일가 진입로의 복개 및 도로포장 공사도 착공될 예정이다.

요즘은 지자체별로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영화박물관이 영원한 역사유적으로 남으려면 어떻게 지어야 할까?

우선 지역박물관같은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그곳을 지자체와 지역주민, 예술인, 문화, 환경 등을 아우르는 자연스러운 ‘소통의 장’과 지역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원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활발한 교류를 통해 기념 대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지역민·관람객과 소통하게 되는 연계 프로그램의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만 지역사회의 공동체 문화를 보존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영화의 산증인인 고인을 기념할 목적으로 건립되는 기념관이 아니라 박물관으로 검토된만큼 기념관의 기본 역할인 교육기능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화·교육·후생·복지 등에 기여하면서 지역주민의 지역사회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더욱이 한국의 전설적인 배우 강신성일의 업적과 역사를 수집 관리하는 것을 넘어 그가 활동했던 분야 및 시대의 역사나 특징에 대한 연구가 깊이 선행돼야 하고 건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지역의 문화유산과 연계해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념관의 주요 활동인 전시와 교육을 통해 해당 지역 뿐만아니라 타 지역민까지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교육적 방안들이 제시돼야 한다. 가령 대학의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 시청각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돼야 박물관의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

미국에서 전설로 회자되는 영화배우이자 청소년들의 반항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하는 제임스 딘 박물관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박물관은 1998년 페어몬트 도심 부근의 주택에 개관했다가 2003년 인디애나주로 옮겼으나 2005년 12월 31일 박물관 유지 비용 조달이 어려울 정도의 재정난에 직면해 폐관했다. 이곳은 2005년 9월 월별 최다 방문객 기록을 세우는 등 전 세계 제임스 딘 팬들의 발길이 이어져 지역 관광수입 증대에도 상당한 기여를 해왔던 미국 대중문화의 역사와 존재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각 지역에 문학관은 많은데 영화박물관은 처음이라 기대감도 크고 강신성일이라는 대스타의 족적이라 더 의미가 크다. 보현산 천문대가 있는 ‘별의 고장’ 영천시에 스타박물관이 선다는 점에서 더 의미심장하다.

지역문화 창달과 지역관광명소 하나를 세운다는 것은 너무나 바람직한 일이므로 경북도와 영천시 등 관이 주도하고 민간이 협력해서 문화사의 한 장을 여는 영화박물관이 됐으면 한다.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빈틈없는 계획부터 세워야 하겠다. 급히 서두를 일이 아니라 콘텐츠 재정·운영계획 등 완벽한 기획이 우선돼야 한다. 영화인들의 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재정지원 등 기업 등 민간의 협조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영화박물관은 경북 영천의 명승이라기보다 한국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