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3년 적용땐 병원생활 길어지면 기한 놓치기 일쑤
시효소멸 등 이유로 접수조차 못하는 사례 잇따라
올해 대구·경북서만 5천여건… 기간 연장 목소리 커져

산재근로자 임금체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근로기준법 49조)을 통해 체불 임금에 대한 채권의 시효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 법을 잘 알지 못하거나 부상 등으로 병원생활이 길어지면서 부지불식간에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닥치는 등 근로자들이 제대로 대처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따르면 현행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의 시효는 3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가 체불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진다.

본지 취재결과 임금채권 시효를 넘겨 구제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대구·경북지역의 임금체불 피해 건수는 11월 현재 6천284건에 이른다. 2014년 5천135건, 2015년 6천91건, 2016년 7천71건, 2017년 7천524건 등 해가 갈수록 피해사례가 느는 추세다. 이 가운데 공단을 방문한 인원과 비교해 피해 접수건수가 현저하게 적다는 점은 시효를 넘겨 구제받지 못한 경우를 가늠케 하고 있다. 방문한 인원 중 시효 소멸 등의 이유로 접수조차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해는 1만1천445명이 대한법률구조공단(대구·경북지역)을 방문, 그 중 6천284건이 접수를 마쳤고, 5천161건(1인당 1건 계산시)이 접수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임금체불건 중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구제받지 못하게 된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시효기간이 늘어나게 된다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방어권 행사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체불 피해를 호소하는 포항지역 근로자 A씨(72)도 임금채권 시효를 넘겨 고용노동부나 사법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A씨는 “지난 4일 해당 경찰관서,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대한법률구조공단 포항출장소를 찾았으나 모두 상담 후에 ‘임금채권 시효소멸’ 완성을 이유로 들며 외면했다”며 “근무 도중 다쳐서 병원생활을 장기간 지내다보니 3년 시효도 훌쩍 지나가버렸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시효기간은 법적인 안정성을 감안해 정해진 것이어서 쉽게 늘리거나 줄일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법 개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시효 해석을 달리하는 것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시효 시작 시점에 관해 근로자 등에게 널리 알리는 점도 중요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포항지역의 노동전문 변호사는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임금채권 시효가 시작되는 시점이 퇴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채권 시효 시작점이 경우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업주가 효력이 발생하는 문서 등으로 약속을 하는 것처럼 실질적으로 지급이 가능한 때를 본격적인 시효 시작점으로 보는 것이 법적인 시각”이라며 “근로자분들이 문제가 발생하면 반드시 법률자문기관 등에 방문해 바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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