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과제를 놓고 정치권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여당이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끊임없는 ‘촛불청구서’와 극한투쟁 선언에 견디지 못하고 ‘의절’ 절차를 밟고 있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도 민노총에 맹타를 가하고 있다. ‘공정경제’를 추구한다는 이 정권이 정작 문제의 핵심인 대·중소기업 간의 과도한 임금격차를 외면하고, 허약하기 짝이 없는 영세사업자들만 먼저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최저임금인상’ 정책에 대한 비판도 하염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8일 발표한 ‘2017년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평균연봉 기준으로 대기업은 6천460만원, 중소기업은 3천595만원이었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커진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대기업 대비 1993년 73.5%에서 2017년 55.8%로 악화되었다. 불과 24년 사이에 17.7%포인트가 벌어진 것이다. 2015년 기준 일본은 77.9%, 미국과 영국 76.0%, 독일은 73.9%로 우리와 큰 대조를 이룬다.

시장경제의 작동 결과에 따라 나타난 격차보다 규모, 노조의 유무나 협상교섭력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임금격차가 더 문제다. 우리나라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전체 임금 평균의 191%나 되고 소상공인 전체 임금 평균과 비교하면 313% 수준에 달한다. 대기업 노동자의 고임금은 결과적으로 하청 중소기업 단가에 크든작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기업 경영진 못지않게 귀족 노동자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한 대목이다.

내수부진 등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인상 여력이 크지 않은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노조의 압박을 넘어설 수가 없어서 생산성보다 높게 임금을 올려주고, 그 부담을 중소 협력업체에 넘기면서 임금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는 분석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 한가운데에 막강한 대기업 노조들이 이끄는 민노총이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민주노총은 너무 일방적이어서 말이 안 통한다”고 비판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보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정부·여당에 “민노총과 결별하고 노동개혁에 나서라”고 요구했고, 김학용 국회 환노위 위원장은 양대 노총을 싸잡아 “법 위에 군림하는 괴물들”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부터 서두른 정부의 정책은 명백히 우선순위가 잘못된 패착이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시중에는 민주당이 ‘민노총’을 결국 못 이길 것이라는 비관이 나도는 상황이어서 걱정스럽다. 다른 그 어느 때보다도 대기업 노조들의 성숙한 자세와 배려가 요구된다. 노사정이 부디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