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하 해

고통은 여물었다, 송두리째 내가 빠

져 나갔다

열매 속의 저 유수한 결, 우리가

취하고

나누었던 바람의 길

말을 걸면 단물이 곧 터질 것 같다

청춘이 저렇게 눈물겹게 왔다 간

길이었겠다

너를 벗겨내면 여름을 질러온 활주로

같은 서슬이 있어

그것이 마침내 징검돌 씨앗으로

단단히 박혔을 때

그러나 당기면 끌려나오는 그 시고

떫은 것

누구나 홀로 여무는 이맘 때

뼈에 매어둔 길이, 돌아보면

다 제각각 고통인 것들

손잡아 주지 못했다

한 번도

시인은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문제일지라도 그것을 철저히 객관화시켜 시로 형상화해낸다. 이 시도 일정한 거리에서 철저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사로잡는 고통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깊은 눈과 섬세한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