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준포스텍정보통신연구소 부교수
▲ 김경준 포스텍정보통신연구소 부교수

사람은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되고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인생 중반에 접어든 필자가 아직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막연한 감이 든다. 또 인생을 살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통찰력도 갖지를 못했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만약 그 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혹은 “내가 생각을 좀 더 깊이하고, 부모님이나 형, 누나들에게 상의를 하고 결정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때 지금보다 어리고 경험도 부족했지만 어릴 적 나는 고민으로 갈등도 하고 나름 노력도 했다. 어떤 때는 외면하고 돌아가기도 했었고 도망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계속 성장했고 힘든 시간 속에서도 행복했던 경험과 시간은 많았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1930년대 하버드에 입학한 268명을 대상으로 인간의 행복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의 결과물이 행복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린 것이라기보다는 행복하게 인생을 산 사람들과 불행하게 인생을 산 사람들의 다양한 예를 추적 조사하고 행복한 삶을 산 사람들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는 연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개인 생각을 덧붙이라고 하면 미국과 문화적인 배경이나 생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7가지 요소(불행을 대하는 방어 기재, 적당한 교육, 안정된 결혼 생활, 금연, 금주, 운동, 체중)들 중에서 요소별 가중치는 좀 다를 것 같다. 이 연구에 포함된 사람들이 베이비붐 세대 이전의 사람들이고 산업의 성장기에 전성기를 보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한국의 젊은 세대와는 좀 이질감이 든다.

현재 대학 졸업자나 지역 연구 기관에서 막 연구를 시작한 연구자들을 보면 안정적인 직업이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정규직,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등등 해서 다양한 직업의 형태가 있고 그에 따라 경제적인 풍요가 상당 부분 달라진다.

하버드의 연구에서 50대에 7가지 요소 중 몇 개를 갖추었는가가 행복한 삶을 사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야기를 통해 느낀 점은 직업이 행복의 모든 요소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특히 젊은이들에게 직업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기반 요소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대한 기대치나 만족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 말하기 어렵다. 개인적인 바람 혹은 목표에 따라 행복에 대한 느낌은 달라진다. 연구 테마를 찾고 연구를 시작하는 것에도 적용이 되는 것같다. 직장의 관점에서 연구 시간을 보면 공식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시간 이외에 연구자 개인이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

연구를 위해 자료를 찾거나 논문을 찾을 때면 필자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라고 현상이나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제시와 분석하는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연구에 들인 노력, 시간, 열정을 생각할 때면 경외감마저 든다. 이런 열정을 보이는 건 개인이 가져야할 마음이지 강요할 수 없는 문제이다. 오늘 대학 졸업자들이나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힘든 고비를 넘기고 성공을 이뤘으니 너도 할 수 있고 너도 오늘의 힘든 부분을 참으면 내일의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거야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근무 형태가 존재하는 오늘의 직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 것같다. 다양한 가정, 학교, 사회에서 우리는 영웅이 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영웅을 기대한다. 영웅이라는 유명세가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닌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