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바름 기획취재부
▲ 이바름 기획취재부

전국민적인 관심사였던 수능시험이 치러진 다음날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대구의 한 학원이 공개한 배치표를 거론하면서 자기 자녀가 가채점 점수로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아직 믿을 수 있는 배치표가 아니라고 답은 했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계속 학부모와 학생은 어떤 심정일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수많은 대학의 학과별 입학 기준표를 입시생과 학부모에게 한시라도 빨리 제공하려는 성의는 고맙겠지만,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는 점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세 드러난다. 특히 올해는 국어와 영어의 난도가 높아 학원이 짐작했던 점수와는 턱없이 낮은 점수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국어영역의 경우 1등급 컷이 낮게 잡아야 원점수 85점 이상이다. 매해 수능에서 국어영역 90점 이상을 맞은 2등급 수험생들이 수두룩했던 과거의 실례와 비추어봤을 때, 올해 대입은 어느 교사의 말처럼 “최고로 혼란스럽다”는 말이 와닿는다.

게다가 정시의 경우 학교마다 영역별 성적반영 비율이 제각각이다. 내신성적도 감안해야 한다. 사슴가죽에 새겨진 가로왈(曰)자처럼 이런 저런 요소에 따라 수많은 변화가 오른 제도인게 입시현실이다. 막상 입학원서를 낼 때가 되면 전문가들이나 학교 진학지도 교사들마저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게 그간의 복잡한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입시사이트에서는 가지원 제도를 이용해 심약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줄이려는 사기성 높은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수많은 학교의 학과를 성적순에 따라 미리 정한 뒤 이를 다음 날 발행할 신문에 제공했다는 것은 누가봐도 엉터리 정보라는게 뻔하다. 그런데도 왜 버젓이 신문에 표가 실리는 것일까? 학원의 이름을 알려 재수생을 확보하려는 장삿속과 무언가 정보를 제공하는척 하는 언론의 위선이 손을 맞잡은 합작품이란게 기자의 생각이다. 기자는 최근에 교육분야를 맡아 시험이 끝나고 많은 수험지도 교사들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여러 차례 하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바빴지만 저런 정보를 제공하는 학원의 역량을 보고는 자신이 초라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취재원인 진학지도 선생님들에게 이뤄지지도 않은 가채점 결과를 채근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학원의 장삿속을 이해는 하지만 대학입학에 목마를 수험생들에게 아무런 근거도 없는 자료로 전국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는 행태는 비판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기를 치려면 좀 그럴듯하게라도 하라”고 혼잣말로 되뇌었지만.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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