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최근 포항에서 빈 점포, 휴·폐업 간판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갑갑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따라 조만간 구도심상권 지역을 중심으로 재생사업 등이 본격화된다는 소식에 기대하는 마음도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도시 경관을 정비하고 개선한다고 해서 지금 시내 곳곳에 늘어나고 있는 휴·폐업 현상이 모두 깔끔하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빈 점포가 늘어나는 이유를 보다 근본적인 시각으로 생각해 볼 때다. 과연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업 경기가 지속적인 부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포항 시내에 나타나고 있는 휴폐업 점포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의류잡화 등을 다루는 도소매업종, 특별한 맛 집도 아니고 단체손님을 받지도 못하는 작은 음식점, 우후죽순처럼 하루아침에 생겨났다 사라지는 주요 통신사대리점 등이 주인공들이다. 조금 지난 자료이기는 하나 2012년 10월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의 개업 이후 평균생존기간은 전 업종 평균 3.4년, 그중 50대 창업자는 3.0년에 불과하였다. 또한 개업 후 7년 미만 기간 내 휴·폐업률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주점유흥서비스업 81.2%, 정보통신업 77.8%, 음식점 73.3%, 의류및잡화업 74.0%, 숙박업 61.4%, 식품및종합소매업 64.5%순으로 무척 높다. 지금 포항에서 나타나는 휴폐업자 속출이라는 현상에 대한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포항에서는 과연 어떠한 창업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2004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14년간 포항시에서 자영업자를 포함한 신설법인 즉 신규 창업한 업체 수는 무려 5천485개에 이른다. 이 기간을 전기(2004~2010년)와 후기(2011~2017년)로 나누어 보면 전기는 연평균 320개, 후기는 463개로 나타나 2010년 이후 더욱 활발한 창업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창업은 꿈이다. 지역에서 이처럼 새로운 꿈을 키우는 기업(起業)이나 창업이 늘어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모든 창업이 창업자 자신에게나 해당 지역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창업 업종별 비중, 창업 당시 자본금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정도로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사업체보다는 자본금 1억원 미만 소규모 자본으로 식구들 밥값이나 벌겠다는 소박한 마음가짐으로 출발한 생계형, 노후보장형 성격이 짙은 창업이 대부분이어서 내용과 질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더구나 같은 기간 중 소자본 생계형 창업비중은 전기 53.2%에서 후기에는 68.9%로 크게 늘었다. 특히 후기인 2011년 이후 7년간은 창업 업종 가운데 출판정보통신업은 87.8%, 도소매업은 83.1%, 음식숙박업은 77.8%가 소자본 생계형 창업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포항이 안고 있는 지역적 특수성에 기인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포항이 급성장할 당시 전국에서 유입되었던 청년산업인력들이 2010년부터 10년간 본격적인 은퇴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평생을 바쳐 철강산업에 몸을 담았던 은퇴자들이 너도나도 창업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인생 제2막에서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생활은 로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모르는 분야, 다른 일손을 빌려야만 하는 분야 그것도 소자본 창업이라면 실패확률이 높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직장에서 승승장구해 대단한 영업실적을 거둔 관리자였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위험하다. 어쩌면 그 실적들은 자기 능력이 아닌 지역 대기업, 직함 등에서 나오는 후광효과 때문이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창업은 좋다. 그러나 서두르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