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이 화

일생

독한 그리움에 취한 나는

이내 드렁드렁 코를 골 것이고

그러면 바람은 바람대로

봄볕은 또 봄볕대로

내 젖무덤 이쪽과

저쪽으로 넘나들며 지분대겠지

더러는

내 무릎과 무릎 사이 분주히 들락이겠지

아, 늙은 복숭아나무 아래서의 한낮

어느새 내 꿈은 깊고 달콤하게 숙성해

낡은 술통 같은 내 몸을 향기롭게 채워주겠지

그리하여 ….

그 마흔 그늘 아래 뿌리내린 저 나무

이 한 몸 벌컥벌컥 다 비우고

취한 듯 불콰히 꽃 피우겠지

잠시, 등 굽은 세월일랑 잊고

왁자히! 술 냄새 풍기며

흥청망청 꽃 피우겠지

시 전체가 에로티시즘 경향을 띠고 있다. 복숭아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는 동안 봄볕도 바람도 자신의 몸을 들락거리고 자연과의 충만한 관계가 이뤄지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은 에로티시즘을 활용해서 자연과의 동일성을 추구하며 정신적 육체적 충족감을 얻으려 하는 시인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