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땅콩' 김미현
올들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때 ‘슈퍼 땅콩’ 김미현(27·KTF)의 표정과 경기 스타일이 지난 2003년 시즌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귀엽던 인상이 다부지게 변한데다 버디 찬스라도 오면 퍼트 라인을 살피는 얼굴에는 비장감마저 읽을 수 있다.

김미현은 “99년 LPGA 투어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내게는 똘똘 뭉친 오기와 승부 근성이 가득했다. 그런데 올해 바로 그런 정신력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던 체력도 강해졌고 무엇보다 흐뭇한 것은 늘 취약점이라 여기던 비거리가 몰라보게 늘었고 덩달아 작년에 잃었던 자신감도 다시 샘솟았다.

3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인근 타자나의 엘카바예로골프장에서 열리는 오피스디포(총상금 175만달러)에 출전하는 김미현이 ‘우승’을 목표로 내건 것도 도로 찾은 자신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김미현은 “작년에는 정말 훈련다운 훈련을 않은 채 시즌을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동갑내기 박세리(27·CJ)가 신인으로 메이저대회에서만 2승을 챙기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듬해 미국땅을 밟은 김미현은 2승을 올리며 보란듯이 미국 무대 연착륙에 성공했고 이후 2002년까지 4시즌 동안 우승을 거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2차례 우승과 3차례 준우승 등 ‘톱10’ 입상 10차례 등으로 상금 100만 달러를 넘겼던 2002년을 보내고 맞은 2003년 시즌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27차례 대회에 나섰지만 우승은 커녕 켈로버키블로클래식 3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톱10’ 입상도 5차례로 크게 줄었다.

데뷔 이래 한번도 놓친 적이 없던 시즌 상금랭킹 10걸에서도 탈락하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찾은 곳이 미국으로 오기전 4년간 지도를 받았던 옛 스승인 조범수 코치.

세계 정상에 5차례나 우뚝 섰고 ‘페어웨이 우드의 마술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기술이 뛰어난 김미현이었지만 이제 막 프로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준비가 한창인 주니어 선수들과 섞여 입에 단내가 나는 맹훈련을 자청했다.

“몸과 마음이 99년과 같은 상태”라는 김미현은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온 기분”이라며 팬들에게 자신이 여전히 정상급 선수라는 사실을 하루빠리 알리고 싶단다.

개막전부터 공동8위라는 만만치 않은 성적을 냈고 2001년 공동15위가 최고 성적일만큼 힘겨워했던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도 7위를 차지하며 시즌 전망을 밝게 한 김미현은 오피스디포에서 오랜만에 승전고를 울리겠다는 각오다.

2001년 준우승, 작년 8위 등 비교적 성적이 잘 나왔던 대회이기도 한데다 시즌 초반 일찌감치 우승컵 하나는 챙겨놓아야 힘을 받을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다.

김미현의 올 시즌 진짜 목표는 단순히 우승 몇차례에 상금랭킹 10위 이내 재진입 정도가 아니다.

“지은이도 한번 했는데 나도 올해는 꼭 메이저 우승컵을 타고 싶다”는 김미현이 구체적으로 세운 목표는 오는 6월 LPGA챔피언십과 7월 열리는 US여자오픈.

메이저대회 정상이라는 목표를 내건 이상 마수걸이 우승은 하루라도 빠른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번 오피스디포에는 각별한 각오다.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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