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득디지털미디어추진본부장
▲ 김명득 디지털미디어추진본부장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해도 철강도시 포항만큼은 예외일줄 알았다. 그 어려웠던 IMF때도 끄떡없이 견뎌냈던 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포항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포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포항철강공단이 활기를 잃은지 오래다. IMF때보다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만나는 공단업체 임원들마다 첫마디가 “햐! 정말 어렵네요…”로 시작한다. 공장이 그럭저럭 돌아가더라도 일단 앓는 소리부터 내는게 이제 습관이 된듯하다. 불황을 모를 것같았던 자동차 관련 업종도 죽겠다며 아우성이고, 미국 무역장벽에 막힌 강관, 조선경기 영향을 받는 후판분야도 앞이 보이질 않는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증가 추세를 보이던 포항철강공단업체의 수출과 생산실적이 6월부터 꺾이기 시작해 5개월째 계속 내리막길이다. 글로벌 불황(不況)의 어두운 그림자가 포항에도 예외없이 드리우고 있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이 집계한 지표만 보더라도 확연히 나타난다. 지난 9월말 현재 철강공단 입주 273개 업체의 수출실적은 2억 2천27만 달러로 전월에 비해서는 4.9% 감소했고,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4.1% 줄었다. 생산실적도 1조720억원으로 전월 대비 4.3% 감소했고 전년도에 비해서도 1% 줄었다. 생산이 줄면서 고용도 덩달아 급감하고 있다. 9월 기준 포항철강공단 근로자수는 1만4천34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77명이나 줄었다. 이러다보니 휴·폐업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공단내 273개 업체 가운데 43개사가 문을 닫았거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포항의 심장부 철강공단이 이 모양이 되자 포항의 지역내총생산(GRDP)도 마이너스 성장률로 돌아섰다. 최근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포항의 GRDP는 지난 2010년 17조2천460억원이었으나 2016년 16조7천40억원으로 5천420억원이나 줄어 마이너스가 됐다. 포항은 전국 228개 기초단체 중 218위, 23개 경북도 내 기초단체 가운데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철강산업이 붕괴되고 있는 조짐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악재(惡材)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지기 보다는 더 나빠질 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기업위주 정책보다는 노동자 위주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도시 포항은 포스코 의존도가 높고 1, 2차 금속, 가공 등 제조업 중심의 수출 도형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들 수출업체가 흔들리면 지역 산업의 허리인 협력, 중소기업도 무너지고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까지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게 포항경제의 현실이다. 수출업체 의존도가 높은 중소 철강기업이 무너지면 대기업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다. 서로 공생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철강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와 당정, 관계부처 등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하루 빨리 처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 처방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8일 포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강덕 포항시장이 철강업 생태계 육성사업을 긴급 건의해 한가닥 기대를 걸게 했다. 언제 추진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 빨리 실현됐으면 좋겠다.

며칠 전 철강공단업체의 모 전무가 한 말이 자꾸 맘에 걸린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영진은 물론이고 현장 근로자들이 더 불안해 하는 것같다. 이대로 가면 결국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앞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 정부의 정책을 탓하고 원망하기에도 이미 때가 너무 늦은 것같다. 그렇다고 뾰족한 돌파구마저 보이지 않는다. 포항경제가 정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