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교섭단체 3당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실무협의에 나섰으나, 야당의 비토로 무산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청와대의 경제사령탑 인사 및 환경부장관 임명강행에 반발해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환경 속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난국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당시 약속했던 ‘협치’ 약속을 솔선수범하는 것 말고 해법이 없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무한대결은 해소돼야 한다.

야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5일 여·야·정 협의체에서 문 대통령에게 경제사령탑 인사에 대해 고언과 함께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조명래 장관 후보의 임명 자제를 요청한 것을 언급하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 대표들은 대통령이 마치 또다시 “뭐든지 이야기하세요. 다 듣고 내 맘대로 하겠습니다” 하고만 꼴이 되었다는 기분을 토로한다. ‘협치’를 이끌어내기는커녕 하는 척만 하면서 날로 갈등의 골만 파는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청와대에서 나왔던 분석이 생각난다. 조국 민정수석은 과거 정부의 실패원인을 ‘민생성과 미흡으로 국민 기대감 상실’, ‘집권세력 내부분열 및 독선’, ‘혁신동력 추락과 관료주의적 국정 운영’, ‘소모적 정치논쟁으로 국민들의 피로감 가중’ 등을 꼽았다. 오늘날 문재인 정권의 통치행태는 이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선거가 끝나면 어떤 야당과도 협치를 하겠다. 자유한국당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집권을 하고 나서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퇴행적 야당 행태에 질려서 포기했든지, 아니면 고공행진을 지속해온 지지율에 취한 탓이 아닌가 여겨진다. 일부 진보논객들마저 ‘오만’을 우려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 사이 중재자 역할 노력이나 해외정상들을 만나 대화지지를 호소하는 일에 문 대통령은 더 없이 적극적이다. 그런 대통령이 내치(內治)에 관한 한 요인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것 같지 않다. 야당 의원을 접촉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여당 원로그룹조차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람이 없다.

일자리에 이어 생산·소비·투자 등 사방이 잿빛뿐인 경제상황을 어찌할 것인가. 국회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각종 개혁 입법들은 더 문제다. 새를 때려서 노래 부르게 할 수는 없듯이, 야당 정치인들을 몰아붙이기만 해서는 ‘여소야대’ 구조의 국회를 넘어설 방도가 없다. ‘노예제도 폐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부르고, 직접 집까지 찾아다녔던 미국 링컨 대통령을 반면교사해야 한다. 야당이 협조해주지 않아서 일을 못 한다는 핑계는 대통령이 내놓을 변명이 못 된다. 대통령이 변해야 정치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