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발생 1년, 피해지역 가 보니…
균열 등 피해로 폐쇄된 아파트엔 파괴된 잔해 그대로 흉물로 방치
골절 주민, 아직까지 통증 시달려… 주민들 “정부, 관심 가져주길”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도 1년이 됐다. 하지만 지진의 상흔은 여전히 아물지 못했다. 12일 오전 10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아파트 입구 도로에 들어서니 빛바랜 현수막들이 줄지어 걸려있다.

‘포항시는 지진 이재민을 더이상 기만하지 마라’, ‘엉터리 정밀안전점검! 이재민은 두 번 운다’, ‘이주대책 없는 설득! 주민은 분노한다’ 등등.

인근에는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사무실도 자리잡았다. 사무실 외관에는 지열발전소로 인한 유발지진이라는 주장과 그 근거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김대근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사무국장은 “아직도 정부에서는 유발지진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관계가 분명히 드러날 때까지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건물 전체가 기울어져 주민들이 떠난 대성아파트 E동을 비롯한 이 일대 아파트 단지는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녹슨 쇠사슬로 입구는 어설피 폐쇄돼 있다. 과거 아파트 주민들이 생활할 때 텃밭으로 가꿨을 화단은 이름모를 들풀과 잡초만이 무성했다. 텅빈 경찰이동초소와 황량한 주차장만이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반길 뿐이다.

대성아파트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서 올려다보니 건물 곳곳의 균열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간 비와 일교차로 인해 균열이 더 심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창문 곳곳이 대부분 열려있고 유리창을 떼어내 야외에 방치해 놓은 모습도 보였다.

현관 입구에서는 비스켓처럼 갈라진 시멘트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E동 1층 빈집으로 들어서자 순간 머리가 어찔했다. 건물이 기울어진 탓이다.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도 폐허를 방불케 했다. 불과 1년전만해도 사람이 살았던 곳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쓰레기, 잡동사니가 사방에 나뒹굴었다. 각 층의 두꺼비집도 개방돼 절연테이프로 끝마무리된 전선이 얽혀진 채 노출돼있다. 현관 출입문 앞에는 ‘지진으로 인해 2017년 11월 15일 현재 전기공급이 중지됐음을 알립니다’라는 공고문이 붙어있다.

포항지진 발생 1년이 되었지만 지진 피해지역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있다. 부서진 벽사이에 끼어있는 철판이 ‘삐그덕’소리를 내며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더했다.

바로 옆 한미장관맨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서진 팔에 깁스를 한 것처럼 임시 그물망과 철구조물이 한미장관맨션을 힘겹게 받치고 있다.

한미장관맨션에 거주하고 있는 박모(85·여)씨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병원을 다닌다”며 “지진 당시 노인정에 놀러가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져 다친 오른쪽 다리가 지금도 저며온다”고 말했다.

포항시 환여동에 위치한 대동빌라는 도심속 흉물로 버려져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밤이면 불이 꺼진 채 유령처럼 서 있는 건물은 오싹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 곳을 지나다니는 한 주민은 “늦은 밤시간에 이곳을 지나면 등골이 오싹한 느낌마저 든다. 더욱이 건물을 볼 때마다 끔직했던 1년전의 공포가 다시 떠올라 고개를 돌린다”며 “하루빨리 건물을 철거하든가 아니면 가림막이라도 설치해 흉물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원했다.

흥해읍 주민 이모(55)씨는 “중앙정부에서 우리 지진 피해자들의 마음과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길 바란다”며 “지진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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