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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은 결코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산문·1만6천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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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8.11.08   게재일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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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느낌의 공동체’, 영화에세이 ‘정확한 사랑의 실험’ 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에 새로운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한겨레출판)을 펴냈다.

이번 산문집은 ‘한겨레21’에 실었던 칼럼‘신형철의 문학 사용법’등을 비롯해 2010년부터 8년 동안 일간지와 문예지 등에 연재한 글과 미발표 원고를 모아 엮은 것이다.

그간의 글을 매만지며 자신의 글 다수를 관통하는 주제가 슬픔이었음을 깨달은 저자는 ‘타인의 슬픔’은 결코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슬픔을 이해하고, 공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를 풀어놓는다. 평론가로서 작품과 세상 사이에 가교를 놓고자 했던 저자의 성실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1부는 ‘슬픔’을 공부한 글을 묶었다. 헤로도토스‘역사’에서부터 헤밍웨이를 지나 박형준과 김경후의 시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의 슬픔, 허무함, 덧없음, 상실 등을 꼼꼼히 읽어간다. 2부는 ‘소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카뮈, 보르헤스, 제발트부터 권여선, 임철우, 박완서, 배수아, 김사과, 은희경, 김숨까지 국내외 작품을 읽고 우리는 문학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3부는 참여적 주제의 글을 싣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부터, 태극기 부대, 성소수자 문제와 미소지니, 트럼프, 국정 농단, 멀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4대강사업, 용산참사, 희망버스, 천안함 사건까지 사회적 이슈를 마주한 평론가의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시선을 담았다. 4부는 ‘시’라는 주제 아래, 우리는 왜 시를 읽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행간으로 권하는 글을 묶었다. 릴케, 김수영부터 황인찬 그리고 비틀스 노래 ‘노위전 우드(Norwegian Wood)’까지 다양한 시와 노래를 읽는다. 여러 출판사의 시인선 기념호에 부치는 글들도 함께 묶었다. 마지막으로 부록에는, 읽을 만한 짧은 소설을 권하는‘노벨라 베스트 6’, 그간 써온 추천사 모음 ‘추천사 자선 베스트 10’, 경향신문에 닷새간 연재했던 ‘인생의 책 베스트 5’등을 수정, 보완해 수록했다.

책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은 ‘슬픔’이다. 저자는 영화 ‘킬링 디어’를 통해 타인의 슬픔을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한계를 본다. 그러나 타인의 슬픔을 결코 알 수 없으리란 결말을 알면서도 다른 이의 슬픔을 공부하는 것이 인간이기도 함을 그는 지적한다. 제목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데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이해하려 애쓰는 것에서 오는 역설적 슬픔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외에 책에서 말하는 ‘슬픔’의 면모는 다양하다. 발터 벤야민을 통해 패전국의 왕 프삼메니토스는 왜 가족의 죽음이 아닌 시종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는지 살피며 슬픔을 해석하는 방법을 고찰하기도 하고 프로이트의 “꿈은 소원 성취”라는 명제를 소개하며 그렇다면 물속에 잠긴 아이들의 꿈을 꾸는 유가족의 꿈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되묻기도 한다. 문학이 독자를 위로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생각해보는가 하면 트라우마는 내가 잊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나를 놓아주는 ‘주체’가 아닐까 이야기하며 현재진행형의 역사적 사건을 꺼내기도 한다.

그러한 슬픔은 궁극적으로는 3부의 참여적 글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문학작품과 사회 사이를 오가며 때로는 슬픔을 분노로 표출한다. 3부의 ‘굿바이, 박정희’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름을 알린 저자가 때로는 이렇게도 매섭고 신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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