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와 국정감사장에서 청와대의 ‘탈원전’ 편집(偏執)이 ‘쇠고집’ 수준인 것으로 확인돼 걱정스럽다. ‘탈원전’ 정책은 국가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이 동해안 원전산업 지역에 치명타를 안기면서 국민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확인된 상태다. 합리적인 비판에 설득력 있는 답변 한 자락 내놓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하는 외곬 통치행태의 결과가 어떨지 가히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6일 열린 국회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어제 여야정협의체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임기 중 원전(핵발전소) 2기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신규 건설인)신한울 3·4호기인가”라고 물었다. 임 실장은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말(末)에 최종 2기가 늘어난다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김 원내대표가 거듭 신한울 3·4호기를 언급하며 질문을 이어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임 실장이 아예 말을 끊으며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이 다 완성되면 우리 정부 말에 2기가 늘어나게 된다는 말씀”이라고 재확인했다. 결국 임 실장의 발언 취지를 보면, 문재인 정부 말에 늘어나는 ‘2기’는 공사 중인 신고리 5·6호기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도 자기 임기 중에 원전건설 2기를 마무리하고 작동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며 “신한울 3·4호기 재개로 이해했다”고 말했었다. 김 원내대표는 합의문 11조의 ‘원전(핵발전) 기술력과 원전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을 거론하며 “이 말은 탈원전 정책 속도조절을 통해 기존 원전기술력과 국제경쟁력을 위해 원전산업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위기로 내몰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전날 한 시간 가까이나 김성태 원내대표와 원전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면서도 문 대통령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력의 여유가 넉넉한 선진국도 아닌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탈원전’을 외치는 것은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트리는 어리석은 행동에 다름 아니다. 탈원전을 추구하던 나라들이 이미 원전건설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섣부른 ‘탈원전’ 선언으로 한국의 원전기술은 국제시장에서 하루아침에 찬밥신세다. 중국이 서해 인근에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50개에 해당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세우고 있는 판에 ‘안전’ 논리도 무의미하다. 무엇보다도 경북을 비롯해 원전산업에 지역발전의 미래를 걸었던 원전지역이 초토화 직전이다. 청와대는 스스로 국민과 소통하고 경청하고 있다고 믿는가. ‘협치’의 의지가 과연 조금이라도 있긴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