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GS25 등 3개 편의점 판매권 회수 방침
자영업자인 편의점주 매출 감소로 타격 우려

▲ 6일 오전 포항의 한 편의점에서 점주가 로또 판매 기계를 작동하고 있다. /고세리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편의점에서 로또를 살 수 없게 된다.

정부가 편의점 법인의 로또 판매권을 회수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 취약계층에 우선 혜택을 준다는 로또 복권의 기본 취지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편의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업주들은 이번 결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로또마저 없으면 진짜 문 닫으라는 소리 아닙니까….”

6일 오전 포항시 북구의 한 편의점.

이른 시간이었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었다.

편의점에 30여분을 머무르는 동안 6명의 손님이 편의점을 찾았다.

방문하는 모든 손님은 로또 용지를 손에 들었다.

저마다 펜을 하나씩 손에 들고 신중히 로또 번호 ‘여섯 자리’를 찍었다.

“보셨죠? 지금 아침부터 로또 사러온 손님이 다잖아요. 이마저 없었으면 지금 혼자서 빈 가게 지키고 앉아있었다니까요.”

편의점의 로또 판매권이 회수된다는 소식을 전해주자 점주가 허탈한 듯 하소연을 했다.

그는 이어 “장사도 안 되고 어려운데 그나마 이 자리가 위치가 좋다고 해서 유지라도 했다”며 “그런데 로또도 못팔게하다니…. 차라리 어디 가서 알바(아르바이트)라도 뛰는 게 백배 천배 낫다”고 푸념했다.

편의점을 운영한 지 4년차에 접어들었다는 그는 운영이 어려워도 장사를 접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본사와 계약기간이 5년이라 이 기간 중에 가게를 정리하면 위약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2월 말 GS25, CU, 씨스페이스 등 3개 편의점 법인의 로또 판매권을 회수할 방침이다.

편의점의 로또 판매는 해마다 정부와 판매업체가 계약 갱신을 통해 연장하는 방식인데 올해부터 연장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의 로또 판매점은 총 6천909곳으로 이 중 편의점 법인은 604곳이다. 다만, 개인이 정부로부터 로또 판매권을 따낸 뒤 편의점주가 된 매장은 편의점이라 해도 계속해서 로또를 팔 수 있다.

로또 한 게임(1천원)을 팔면 편의점이 얻는 수익은 50원.

이를 본사와의 계약에 따라 본사와 편의점주가 6:4 또는 5:5로 나눠 갖는다.

정부가 로또 판매권을 취소하려는 604개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은 약 120억원이다.

문제는 로또 판매권이 회수되면 기존 편의점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 편의점 운영에 뛰어든 많은 업주가 ‘생계형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명당’으로 소문난 일부 편의점을 제외하면 다수가 로또 수수료로 큰 수익을 본다기보다는 로또 판매를 미끼로 손님들을 불러들이는 ‘집객 효과’를 얻고 있다.

포항지역의 또다른 편의점 업주는 “로또 팔아서 남는 실제 수익은 한 달에 10만원 남짓이지만, 로또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람들은 장사가 어려우면 접으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우리에겐 생계가 달린 일이다. 로또 판매권이 없으면 손님도 반 토막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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