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발전은 과도한 중앙정치에 예속화된 자치단체들이 자주성·독립성을 갖고 독자적인 미래상을 구축해가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분리주의가 필연적으로 파생하는 비효율·반목·예산낭비 등 부작용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이상을 실현하기 어렵다. 지방자치역사 성년을 넘긴 지금 대구·경북(TK)도 이제는 그 역작용을 돌아볼 때가 됐다. 그런 차원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내놓은 ‘TK 상생 패러다임’ 구상은 음미할 대목이 적지 않다.

권 대구시장은 며칠 전 정례조회에서 대구·경북 상생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권 시장은 “1981년도 대구·경북 분리 후 대구와 경북은 경제침체, 인구감소, 위상추락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따로 해결해 나가기엔 서로 힘이 부친다”고 고백했다. 권 시장은 이어서 “해외시장에서 시장의 규모를 말할 때 ‘대구 인구는 250만’이라고 하는 것과 ‘대구·경북은 550만’이라고 하는 것은 다르다”며 상생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다른 지자체들과 비교하여 “대구·경북처럼 공동체적 연대와 유대가 강한 곳은 없다”면서 “경북과 대구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역사적 뿌리와 연원,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의 연대·상생이 외부세계에 배타적, 폐쇄적으로 작용하고, 기득권을 방어하기 위한 연대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상기했다.

TK 상생 첫 모델인 대구·경북공무원교육원 통합 추진배경에 대해서는 “서로에 대해 모르면서 상생협력을 외치는 것은 허위의식일 수 있다”고 전제했다. 권 시장은 “대구·경북의 공동의 가치, 잠재력과 한계를 함께 알아 나가며, 약점과 한계는 극복하고 장점은 극대화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공무원교육원부터 통합 추진한다”고 말했다.

또 “‘망하려면 성을 쌓고 흥하려면 길을 열라’는 옛말처럼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며 “대구·경북이 더 개방적인 사회, 더 포용적인 공동체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끝으로 “경북에 늘 관심을 갖고 함께 일하자. 공직자들이 업무하는 곳곳에서 대구·경북 상생 협력을 항상 고민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굳이 중앙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야릇한 ‘TK 패싱’ 분위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TK는 이제 새로운 상생 모멘텀을 창출할 때가 됐다.

‘제 살 뜯어먹기’식 무한경쟁의 관성만으로는 ‘함께 살기’는커녕 ‘함께 죽기’십상인 혹독한 시절이 닥쳐와 있는 것이다. 550만의 시너지를 믿고 서로 손을 굳게 잡으면 된다. 이철우 경북지사의 신발이 무엇인지 ‘대구’가 다 알고, 권영진 시장의 모자가 무엇인지 ‘경북’이 다 알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