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택

회색양말 신고 나갔다가 집에 와 벗을 때 보니

색깔이 비슷한 짝짝이 양말이었다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것인가

비슷하면 무조건 똑같이 읽어버리는 눈

작은 차이를 일일이 다 헤아려보는 것이 귀찮아

웬만한 것은 모두 하나로 묶어버리는 눈

무차별하게 뭉뚱 그려지는

숫자들 글자들 사람들 풍경들 앞에서

주름으로 웃는 눈

웃음으로 얼버무리면 마냥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

이젠 아무래도 좋단 말인가

빨래바구니에 처박히자마자

저마다 다른 발모양과 색깔과 무늬와 질감을 버리고

빨랫감 하나로 뭉뚱그려지는 양말들

제 짝이 아닌 회색양말을 신고 다닌 사소한 일상의 일에서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 버리는 무관심한 삶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일인가를 느끼며, 나이가 들며 이런 일들에 무덤덤해져 가는 일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를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