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여야는 30일간의 예산심사에 돌입했다. 5∼6일 종합정책질의, 7∼8일 경제부처, 9일과 12일에는 비경제부처에 대한 부별심사를 각각 실시한다. 또 15일부터 소위원회 활동을 개시하며 30일에는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TK(대구·경북)예산이 비상이다. 여야 가릴 것도 없이 똘똘 뭉쳐서 확 깎인 TK예산을 복구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절실하다.

해마다 예산철이 되면 여의도는 각 지자체의 치열한 각축장이 된다. 상주 서울사무실을 중심으로 정부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맹렬한 경쟁이 펼쳐진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무려 470조 원에 이르는 슈퍼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TK지역 예산은 늘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들어 초비상 상태다. 여야 정치권이 여러 정치현안을 두고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라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다.

지난달 31일 대구시와 경북도가 국회에서 열린 TK발전협의회에서 한국당 TK의원을 상대로 국비사업 증액을 요청했고, 민주당도 TK발전특위를 구성했다. 한국당 TK의원들은 물론 여당 지역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 행정안전부 장관,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예결위원인 경북출신의 김현권 의원, TK발전특위 소속으로 예결위원인 포항출신의 표창원 의원 등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국회 예산 현장캠프를 가동하고, 국회 현장 대응팀을 조만간 구성해 주요 사업들의 증액 타당성을 여야 의원들에게 설명할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는 등 내년도 국비확보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대구시는 SW융합클러스2.0, 가상훈련콘텐츠 활성화 지원사업,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 등 30개 사업을 추려 TK출신 지역의 여야 의원들에게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경북도 역시 공공시설물 내진보강사업, 포항∼영덕간 고속도로 건설, 울릉공항 건설 등 117개 사업을 선정해 한국당 TK발전협의회와 민주당 TK발전특위 의원들에게 공조를 당부했다.

국회의 예산심의 시즌이 되면 서울에서 벌어지는 전국 각 광역단체의 예산확보 전쟁은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뜨겁다. 보수 집권여당의 근거지로 역할할 동안 TK지역 지방정부들이 예산전쟁에서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정말 제대로 된 야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TK지역 정치인들 모두가 싸운만큼 철저하게 더 가져가는 구조인 ‘제로섬 게임’ 한 복판에 던져졌다. ‘설득과 투쟁’ 말고 길이 없다. 지역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여실히 입증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