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발전협의회가 지난달 말 대구취수원 이전, 대구공항 통합이전 등 현안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공감대를 찾기는커녕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진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정부여당의 노골적인 TK홀대 내지는 패싱 흐름에 맞서 똘똘 뭉쳐 난국을 타개해나가도 시원찮을 판에 지도자들이 반목만 덧내고 있는 것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TK발전협의회는 이날 아침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지역 최대 숙제인 대구취수원 이전, 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곽상도(대구 중·남) 의원은 “경북의원들이 적극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은 “물산업 클러스터, 환경공단, 인증원 문제 등이 얽히고설킨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미 취수장이 지역구인 장석춘(구미 을) 의원은 “대구시민이 깨끗한 물을 먹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대구에서 진정성 있게 접근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를 놓고는 권영진 시장과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이 감정싸움까지 벌였다. 김 의원이 “군 공항만 보내겠다는 얘기가 나와서 군위·의성지역민들은 자존심만 상해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항이전 논의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권 시장은 “군공항만 간다는 말은 반대하기 위한 사람들이 지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답변에 김 의원은 “대구시에서 (실제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재차 언급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구취수원 이전, 대구공항 통합이전 등 현안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예민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놓고 한 뿌리 지역공동체인 TK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장기간 반목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27년 전 ‘낙동강 페놀사건’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대구시가 불신에 빠진 ‘먹는 물’ 문제에 대해 해결책 마련을 갈망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상수원인 낙동강의 획기적인 수질개선 방안을 도외시한 채 취수원만 바꾸려는 것은 미봉책이라는 지적 또한 일리가 없지 않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TK의 미래를 개척할 대역사의 일환이다. 작은 이해관계나 풍설에 휘둘려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편의상 지도에 금이 그어져 있다보니 ‘대구’이고 ‘경북’이지 두 지자체는 누가 뭐래도 생활공동체요 운명공동체다. 더 이상의 잡음은 백해무익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갈등은 안 된다. 대구 ‘삼촌’과 경북 ‘고모’가 생판 남처럼 줄곧 이렇게 아웅다웅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