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 희

출판기념회 때

한 권의 시집을 받던 날

첫눈이 내렸습니다

잠들기 전에 깊은

바다에 익사한 가슴에

이순이 넘은 그의 생애가

흰 눈처럼 맑게

한 권의 시집으로써

푸른 날의 울음을 대신할 수 없지만

오늘날 무명가수보다

박수를 받지 못하는 시대에

알몸으로 장막을 칠 수 없었습니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그의 무거운 언어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소리 없는 예지로 영혼의

심지를 적시고 있었습니다

어느 시인의 시집을 받아 읽은 소회를 그윽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이장희 시인은 영덕 출생으로 치열하고 융숭한 시정신으로 서정성 높은 시를 세상에 던져 넣는 원로 시인이다. 그가 받은 한 권의 시집 속에서 시인은 이순(耳順)을 넘긴 시인의 맑고 올곧은 목소리와 어두운 곳에서도 형형히 빛나는 시인의 눈빛을 발견하고 그를 기리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