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늪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경제의 엔진 역할을 담당해온 포항, 구미지역의 국가산업단지마저 최악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회생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와 지자체들의 획기적인 대책과 함께 대기업 의존도 탈피, 산업구조 고도화, 고용친화적인 산업개발 등의 효과적인 타개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사(枯死) 도미노 현상에 다다른 중소기업의 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현재 포항국가산업단지의 전체 가동률은 76.6%로 전국 평균인 80.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구미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전체 가동률은 68.2%, 외국인기업 전용단지 가동률은 54.3%로 더욱 깊은 침체의 뻘밭에 빠져 있다.

포항블루밸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7천360억원을 들여 지난 2014년부터 포항시 남구 동해면·장기면·구룡포읍 일원 611만8천여㎡에 조성 중인 국가산단이다. 1·2구역 중 먼저 공사가 진행 중인 1구역 산업용지 137만2천여㎡에 대한 분양 결과 현재까지 분양률이 고작 3.4%(4만6천여㎡)에 머물고 있다. 포항시와 경북도는 분양가 인하·운영자금 지원 등 다양한 입주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나 투자기업이 없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구미 하이테크밸리(국가산업5단지)는 한국수자원공사가 1조7천억원을 들여 구미시 산동면·해평면 일원 934만㎡에 조성 중이다. 1단계 사업부지 중 아파트 대지 4만2천㎡는 이미 분양을 완료했고 주택용지와 상업용지 등도 분양이 순조롭다. 하지만 정작 산업용지는 193만1천㎡ 중 분양된 필지가 29만3천㎡(15.0%)에 그치고 있다. 입주업종을 기존 7개에서 16개 업종으로 크게 늘리는 등 투자유치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이러한 침체의 배경에는 중소기업의 경영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지목된다. 종업원 50인 미만 기업 가동률은 고작 39.3%로 75.9%인 300인 이상 기업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최근 LG, 삼성, 포스코 등 지역 입주기업의 해외투자에 따른 국내투자 축소로 포항, 구미 국가산단이 일대위기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인건비는 높아지는 현실 속에서 다양한 신산업을 발굴해 지역경제가 보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단 방식의 경제건설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경기의 골이 한껏 깊어진 형편에서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기란 지난하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구태의연한 지원책만으로는 안 된다. 산업을 살려내기 위한 전방위적인 조치들이 망라되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