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이르는 보시(布施)란 자비의 마음이다. 자비의 마음에는 대가가 없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면서 세속적 명리를 기대한다면 보시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성경에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은 이와 같은 이치다. 선행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대체적으로 자기 가치에 대한 만족을 추구한다. 어떤 반대급부보다는 자신의 신념이나 철학에서 당위성을 찾는다. 불교에서는 이런 정신을 이타정신(利他精神)이라 부른다. 이타심이란 남을 위한 마음이다. 이기심(利己心)의 반대 뜻이다. 착한 성격이나 희생정신, 배려심 등이 이타심과는 매우 유관한 단어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남을 위한 이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는 기부도 본질적으로는 이타심에서 출발한다. 기부를 하면서 반대급부를 생각했다면 그것은 진정한 기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자원봉사도 일종의 기부다.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체험케 하고 그 정신을 가르치는 것은 기부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하고자 하는데 있다. 자원봉사가 자발성, 비대가성, 공익성을 특성으로 하는 것처럼 기부도 같은 맥락의 특성이 있다.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알츠하이머 치료 연구에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 때 그는 이 투자액 전액을 재단이 아닌 개인 재산에서 출연할 거라 밝혀 기부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 적이 있다. 미국은 기부문화가 잘 발달한 나라다. 초강대국 미국의 힘은 기부문화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미국의 부자들은 기부에 아주 익숙하다. 한 사회라는 공동체에 대한 남다른 가치를 인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노부부의 기부가 화제가 됐다. 평생을 리어카를 끌고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한 노부부가 2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학교 측에 기부했다. 놀라운 일이다. 그들보다 더 큰 갑부도 엄두를 못 낼 일을 노부부가 해서 사회의 이목을 더 끌었다. 팔순의 나이에 대가를 바랄 것도 없다. 경제가 어려워 답답한 요즘이다. 노부부의 기부가 청량제같이 들린다. 노부부의 기부야말로 참 기부라 할 것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