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해 말 자선·장학 또는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하고 대기업과 특수관계에 있지 않은 ‘성실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의 2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명 ‘황필상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의 발단은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 창립자인 황필상씨가 지난 2002년 180억원 상당의 수원교차로 주식 90%를 모교인 아주대에 기증하면서 비롯됐다. 아주대는 황씨의 주식과 아주대 상조회 출연금을 모아 2003년‘구원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이 재단은 2008년까지 아주대와 서울대, 한국과학기술대 등 19개대 학생 733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2008년 수원세무서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을 근거로 황씨에게 140억여원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이다. 상증세법 제48조는 장학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이 특수관계인 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단은 증여세 부과 취소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재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항소심 선고 후 대법원 판결까지 7년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황씨가 내야할 세금은 체납액까지 더해 225억원으로 올랐고, 황씨는 고액 세금체납자로 몰려 거주하는 아파트까지 압류당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4월 증여세 부과가 적법하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도 고통을 당한 황씨 사건이 알려지면서 일명 ‘황필상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최근 홍콩 배우 주윤발이 자신의 전 재산인 56억 홍콩 달러(한화 8천1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해 “영웅이 본색을 드러냈다”는 칭송이 자자하다. 그런데 이런 기부조차 만약 한국에서라면 엄청난 세금폭탄을 맞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황필상법’이 아니라 기부문화를 적극 장려하는 ‘주윤발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심사가 드는 요즘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