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에서 촉발된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이 공기관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규직 전환직원 중 100명이 넘는 직원이 기존직원의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국민적 공분(公憤)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에서 똑같은 고용세습 문제가 연속 불거지고 있다. 우리 사회 적폐의 속살이 드러난 느낌이다.

서울교통공사에 이어 한전의 자회사인 KPS, 인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고용세습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었고 이번에는 국립대학병원들의 고용세습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대구 중 남)이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이달까지 경북대병원,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강원대병원, 충남대병원에 채용된 직원 중 110명이 기존 임직원과 친인척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기관별로 서울대병원이 33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대병원도 13명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으로 채용돼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이 38명에 이른다고 한다. 곽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에 이어 금융 공기업, 대학병원까지 친인척 채용비리 고용세습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국회 국감에서 공기업들의 고용세습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 같은 현상이 공기업 간에는 이미 오래된 악습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하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드러난 ‘공기업 채용비리’라는 점에서 국민은 물론 우리사회 청년들에게 안겨준 좌절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달 28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6개월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 수가 1~9월 평균 15만2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 명이 늘었다. 1999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많은 장기실업자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고용통계에서 연속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고용사정이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아예 취업을 포기한 사례도 속출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공기업들의 고용세습 채용비리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쩔쩔매는 젊은이의 일자리를 도둑질한거나 다름없는 짓이다. 당국의 엄중한 조사가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3당이 고용세습 의혹과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도 미루지 말고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에 적극 임해야 한다. 반드시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 잘못 배분된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공기업 친인척이라고 공기업에 근무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특혜 등 부당한 방법으로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더군다나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이후 정부 정책을 악용한 사례가 있어서는 안 된다. 공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