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반려(伴侶)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핵가족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애완용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많아지자 동물도 인간의 반려자라는 의식이 커진데서 비롯됐다.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언급됐다. 개와 고양이, 새 등을 반려동물로 부를 것을 제안한 것이다.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존중하여 동물은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산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사는 사람을 펨펫족이라 부른다. 영어의 Family와 Pet를 합성한 단어다. 펫부머(Pet Boomer)는 은퇴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중장년층을 일컫는다. 반려동물과 일상을 같이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산업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 정도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반려동물 사육 인구수도 1천만 명을 넘는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이제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달라진 나라로 분류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나 반려동물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이들에 대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부족,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아직 많은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그 중 동물 화장장 설치는 가장 민원이 많이 제기되는 문제다. 증가하는 반려동물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동물 화장장으로 상당수 반려동물이 불법 매장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최근 대구 서구 상리동에 들어설 예정이던 동물 화장장이 허가 심의과정에서 주민 반발로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적법한 동물 화장장 허가 신청을 반려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주민의 반대에 부닥쳐 어쩔 수 없이 행정 집행이 중단된 모습이다.

대구에는 현재 동물 화장장이 한 군데도 없다. 경북 청도에 한 군데가 유일해 동물 화장장 설치의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으나 주민의 반발 또한 만만찮아 이래저래 고민인 것같다.

동물 관리에 관한 법적 기준 등 선진적 제도 마련과 함께 행정의 분쟁 조정 능력이 아쉽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