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제8회 애린문화상 수상자 김일광 동화작가

포항지역에는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한 인사를 격려하는 ‘애린문화상 시상식’이 올해 8회째 열렸다.

애린문화상은 포항지역에서 문화·예술의 씨를 뿌리내리고, 이웃사랑을 실천한 고(故) 재생 이명석 선생의 뜻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재생 선생의 선린, 애린정신을 이어가려는 그의 아들 이대공 애린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 1998년 자신의 사재로 애린복지재단을 설립해 가난한 이웃을 돕고,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지역문화 발전에 공이 많은 사람을 선정해 격려해 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10월에 제정한‘애린문화상’은 향토문화 발전에 공이 많은 사람을 발굴해 재조명하는 의미와 함께 지역 문화 발전의 동력을 살리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근래 들어 많은 사람들이 문화야말로 가장 중요한 미래 산업이라고 말한다. 애린문화상이야말로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이 시민을 행복하게 하고 도시를 밝게 하는 일임을 공감하게 하고 있다.

지난 25일 제8회 애린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김일광(65) 동화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명석·한흑구·박영달·김대정 등
지역의 시대적 전환기 살아온 분들
삶의 이야기 인문학 자료로 남길 터

-30여 권의 저서를 펴내며 지역 문단을 올곧이 지켜오셨다. 애린문화상을 수상한 소감은 어떠신지요.

△먼저 부족함이 많은 사람을 추전하고 또 선정해 주신 이대공 이사장님과 이사들께 감사를 드린다. 아직 내 문학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몇 차례 사양을 했지만 선배들께서 상은 결과로 주기도 하지만 격려하는 의미도 있다면서 수상을 권해서 받게 됐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받은 셈이다. 동화를 쓰기 시작한 지가 35년 여 되는 것 같다. 매년 한 권 정도의 책을 펴냈다. 워낙 재주가 없는지라 쉼 없이 써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특히 지방에서 문학을 한다는 자체가 모험인 시대를 거쳐 왔다. 지방 작가들이 작품은 있어도 발표할 기회를 얻기가 힘들었으며, 더구나 책으로 출판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러나 나는 훌륭한 선생님들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복이 있었다. 이오덕, 손춘익 등 그 분들의 이끌어주심이 오늘 나를 있게 했다.

-지난 4월, 조선말 실학자이자 한의학자였던 석곡 이규준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석곡 이규준’을 펴내시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다.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그 선배님들의 모습처럼 후배들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 우리 포항에는 문학적인 소재가 많고 많으며, 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인재도 참으로 많다. 이들을 살려내는 작업에 작은 심부름을 하고 싶다. 이들을 아울러서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다. 지금 울릉도 독도 이야기, 다섯 권째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다. 또 한말 우리 지역 의병활동을 배경으로 젊은 의병의 사랑 이야기에 관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를 뮤지컬 대본으로 작업 중에 있다. 가능하다면 서울 무대에 올리고 싶다. 우리 지역 이야기를 우리 지역에서 설익은 모습으로 만들어서는 우리끼리 나누다 만다면 지역 문화의 격을 높일 수 없다. 좀 더 치밀하고 문학적인 탄탄한 구조를 가진, 그야말로 작품다운 작품이 되었을 때, 작품으로 대접을 받으며, 그 향기가 오래 남게 된다.

-지역 발전도 문화의 융성 없이는 불가능하고, 문화 없이는 시민의 삶도 윤택해 질 수 없다는 말들이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바람이 있으시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은 어른들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는 일제강점기, 해방, 육이오 전란기 전후의 인문학적 자원을 기록하는 일이다. 문화적으로 이명석, 한흑구, 박영달, 김대정 등, 이분들과 함께 지역의 시대적 전환기를 지내온 분들의 삶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이 이야기가 우리 지역의 근대 인문학적 자료로 빛을 발할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더 시간을 지체하면 이 자원이 영영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역사적 자산 관리에 나설 필요하다. 예를 들어 300여 기가 넘던 고인돌이 사라지고 있으며, 13기나 되는 봉수대가 존재조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자산들의 소중함을 다 잊고 있는 것만 같아서 안타깝다. 지역문화 발전은 우리의 뿌리를 찾아가는 데서 시작하여야 한다. 무슨 대형 건설 사업이나 공장 유치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지를 못한다. 문화 발전을 그런 시각에서 살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발전을 추구하다가는 오히려 지역민의 자존감을 무너뜨릴 지도 모른다.

※김일광 동화작가 프로필

△1953년 포항 출생

△포항문인협회장 역임

△1984년 창주문학상과 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당선, 경상북도문화상 수상

△저서 동화책 ‘아버지의 바다’ ‘말더듬이 원식이’ ‘물새처럼’ 등과 전기집 ‘윤선도’ ‘윤봉길, 장편소설 ‘석곡 이규준’ 등 30여 권 출판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사진/안성용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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