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항, 취항 8개월만에 경영난으로 대주주 바껴
울릉공항 건설 대비 ‘40억 출자 법인’ 합병 계획 차질
인수 회사마저 안정적 운영 의문… 경영정상화 우려

포항시와 경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소형여객기 운항 구상이 좌초위기 위기에 놓였다.

포항의 지역항공사인 에어포항이 취항 8개월만에 경영난으로 대주주가 교체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이로써 포항시와 경북도가 공동 출자법인을 설립한 뒤 기존 에어포항과 합병해 지역 소형항공사를 설립하는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23일 포항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베스트에어라인이 에어포항 적자분 50억원을 지급하고 직원을 조건부 인수하는 조건으로 에어포항을 사들였다. 베스트에어라인은 부산에 주소를 둔 신생업체로 업종은 여객 화물 항공업과 운송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포항 매각으로 경북도와 포항시의 40억원 규모의 출자지원에 제동이 걸렸다.

포항시와 경북도는 울릉공항 건설에 대비해 안정적 노선 확보와 포항공항의 다양한 노선 개설을 위해 20억원씩을 출자해 법인을 만들어 에어포항과 합병할 계획이었다. 지난 2017년 포항시가 출자 승인을 받아 경북도에 올렸고 경북도가 용역을 마친 후 현재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대기 중이다.

하지만, 베스트에어라인이 앞으로 포항공항 대신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국제노선 취항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합병을 통한 지역 항공사 설립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른 지역 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에 투자하거나 합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베스트에어라인이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국제노선을 취항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 에어포항 사업계획을 변경해 승인 절차를 거쳐 노선을 변경하고 거점공항도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북도는 이에 따라 조만간 부산지방항공청을 방문해 사업계획 변경 여부를 확인하는 등 협의를 한 뒤 결과에 따라 지역 항공사 설립 방향을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에어포항의 경영정상화를 통한 항공사의 지속적인 운영 전망도 불투명하다.

에어포항은 지난 2월 취항한 이후 탑승률 저조, 투자자 모집 실패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기존 자본금 100억 여원은 이미 노선 취항 이전에 건물세, 정비료, 항공료, 부대시설 이용료, 직원 월급 등으로 이미 다 소진된 것으로 포항시는 판단하고 있다. 지역항공사의 특성상 설립 후 4∼5년 동안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지만 에어포항은 초기 자본금 부족, 전문경영인 부재에 따른 경영미숙 등도 더해져 끝내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로 내몰렸다.

에어포항을 인수한 ‘베스트에어라인’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정상적인 회사 설립 과정이 아닌, 지난 7월 베스트에어라인 홀딩스가 설립됐고 이어 지난 9월 베스트에어라인이 설립됐다. 홀딩스가 주회사보다 먼저 설립됐다는 점은 자금력의 부족을 보이는 전형적인 형태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자금력이 약한 상태에서 이와같은 인수가 계속 반복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자본금이 없어 자금력 확보를 위해 우선 홀딩스를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구조 속에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베스트에어라인 측은 내년까지 투자규모가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어서 향후 에어포항은 경영난에 따른 매각과 인수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에어포항의 인수나 대주주 변경 등에 대해서는 정식적인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사기업간의 일이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에어포항 관계자는 “22일 오후 회의에서 인수와 대주주 변경 등에 대해 처음 들었다고 현재로는 법인의 대주주가 바뀐 사실밖에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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