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이제 10여 일 정도만 지나면 포항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로서는 보기 드물게 여러 측면에서 의의가 큰 국제행사를 맞이하게 된다. 제1차 한러지방협력 포럼이 그것이다.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포항시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지방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한국과 러시아 양국 지방정부가 참가하는 국제포럼인만큼 사실상 양국의 중앙정부에서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국가적 행사나 마찬가지다. 달리 말하자면 포항시가 과도한 기대와 꿈에 부푸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몇 해 전 러시아가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을 때 앞으로 한러간 수출입물량 등을 중심으로 영일만항의 물동량 확보는 무리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그동안 영일만항의 물동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물론 포항의 철강경기가 부진의 늪에 빠진데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동반한 러시아경제의 부진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포항시가 포럼을 계기로 유연탄 등 원자재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철강자재를 수출하는 그림을 가장 쉽게 그릴 수 있겠지만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이라는 기존의 시장과는 다소 성격이 다른 새로운 밸류체인을 생성할 기회를 가지게 된만큼 철강에만 몰두하여 러시아와의 경협이나 교류에만 주목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하책 중의 하책이라 하겠다.

러시아는 세계 수산물공급시장의 큰 손 중 하나다. 대구, 명태는 물론 연어, 킹크랩 등 고품질의 자연산 수산물의 대표적인 공급기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북도가 자랑해왔던 안동간고등어가 국산 고등어에만 집착하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저가의 기름진 노르웨이산 수입고등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간고등어를 대량 생산하여 홈쇼핑 등을 통해 전 국민의 식탁을 점령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포항도 과거 청어과메기에서 바다 상황변화에 맞추어 꽁치과메기로 변화하는데 성공하였듯이 블라디보스톡과 국가적인 뒷받침을 받으면서 전략적인 제휴도 가능한 자리가 마련된 만큼 러시아산 동태, 대구, 연어는 물론 킹크랩에 이르는 지역의 새로운 수산물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영일만항에는 냉동냉장컨테이너의 전용설비가 이미 갖추어져 있으므로 러시아산 수산물의 수입루트를 개척하여 배후단지의 미분양 부지 등에 이들 수산물을 가공하는 설비를 적극 조성하고 포항에는 없던 영일만명란젓, 영일만대구포, 영일만황태포, 영일만표 연어캔 등 다양한 수산가공식품을 제조하는 한편 신선한 러시아산 킹크랩까지 맛볼 수 있는 시푸드전문식당까지 갖춘 영일만수산식품가공단지의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도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영일만수산식품가공단지에서 생산된 고부가가치의 수산물들을 국내시장 유통은 물론 동남아시아, 러시아, 북한, 동북3성 등 영일만항의 기존 항로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으로 진출시키는 사업을 추진할 때 이왕이면 어획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어민, 지역의 청년실업자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우선 확충시킨다면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번 포럼에서 개설되는 기업세션, 전문가세션, 청년세션 등에 지역 각계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한국과 러시아 또는 포항과 블라디보스톡 양자가 모두 이득이라는 공통분모의 한 꼭지를 포항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제시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제2차 포럼이, 그리고 굳이 포항에서 다시 개최해야 하겠다는 당위성이 참가자 사이에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