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 도

보다 나은 기계의 효율에 기여하기 위하여보다 강력한 인간의 혹사를 강요한다

기계의 노예가 된 영혼 속에는

또 다른 기계가 들어와 둥지를 틀고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는 거대한 눈에 갇혀

기계보다 더 기계 같은 군상들 사이에서 혼돈한다

밤새워 바치는 숨소리마저

기계의 정확성과 흡사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므로

정복당한 마지막 종족처럼

사소한 유전인자마저 닮아가야 한다

게으름이나 시비는 절대 용서될 수 없는

기계끼리의 강력한 연대만이

지배하는 사회!

기계보다 더 기계 같은 인간들이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기계를 내세워

벌이는

현대전이다

인간이 만든 기계지만 그 기계에 예속당하고 조정받거나,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혹사당하는 우울한 우리사회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음을 본다. 인간 삶의 조건이 기계에 의해 조성된다는 안타까운 현대사회의 단면을 비판하면서 그 극복을 휘한 단호한 시인의 현실대응의지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