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를 측정, 그 결과를 내놓았다. 1천 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7개 영역 36개 지표별로 만족도 조사를 벌였다. 행복이란 추상적 개념을 숫자로 측정해 만족도 여부를 왈가왈부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결과에 눈길이 간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평균 6.3점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6.56점으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6.05점으로 가장 낮았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느끼는 행복도가 더 높았다. 최근 빚어지고 있는 취업난과 주거문제 등으로 20대는 미래안정성 부문에서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행복관련 지수는 어릴 때 높아졌다가 40대에 가장 낮아진 뒤 다시 높아지는 U자형을 보이는 게 정상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60대 연령층이 연령별 세대 중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70대 이상 노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짐작이 간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 OECD 국가 1위의 노인 자살률과 노인빈곤의 문제가 주된 원인일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문턱에 올라섰다는 한국의 체면이 구겨진 결과이다.

더한 문제는 우리나라가 장수시대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섰다. 초고령사회도 곧 눈앞에 닥칠 일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노인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 장수가 과연 행복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

축복받아야 할 인간의 장수가 재앙이 된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은 없다.

행복이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 판단이다. 그래서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자가 갖는 몫이 따로 있다. 그러나 개인이 가져야 할 행복의 요소와는 별개로 국가가 만들어야 할 국가차원의 몫 또한 따로 있다. 성공적 복지국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 한 국가의 행복지수는 노년층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