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논란을 계기로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벌어진 채용비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의 직장’·‘철밥통’으로 통하는 공기업의 채용부조리는 수많은 취업준비 청년들에게 치명적인 좌절감을 일으킨다. 그 어느 곳보다도 ‘기회는 평등하고 결과는 공정해야 할’ 공기업 인사가 이렇게 흘러가서는 안 된다. ‘빙산일각’일 것이라는 국민감정에 부합하는 전국적인 전면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월에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천285명 가운데 무려 8%에 달하는 108명이 기존 직원의 부인, 자녀, 며느리, 부모 등 가족이나 친인척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퇴직한 사람, 전·현직 노조 간부, 답변 거부자 등에 대한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숫자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인천공항공사에선 보안업체 간부의 조카 4명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등 협력업체 6곳에서 직원 친인척 채용 사례 14건이 적발됐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곳이다. 공사 측은 오는 2020년까지 협력업체 비정규직 3천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7천여명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인데 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5월 정규직원으로 전환한 국토정보공사 비정규직들 가운데 19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2011년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을 도운 해고 노조원들이 대거 복직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권력과 노조가 담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것으로서 반드시 사법적 책임까지 물어 발본색원돼야 할 적폐다. 야당들이 촉구하고 있는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즉각 받아들여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공세’라며 일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선거에서 지지해준 세력이라는 이유로 노조 등 특정세력과 공기업 취업부정에 적극적으로 결탁하거나 눈감아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나랏돈을 빼돌려 금권선거를 한 파렴치한 행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까지 전국의 공기업들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고용세습은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꿈과 희망을 짓밟는 범죄행위다. 일부 사기업에서 노동조합의 힘에 밀려 고용세습이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서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판에 공기업에서마저 이런 추악한 비리가 벌어진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래서는 절대 ‘좋은 나라’를 이룩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이 사태를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