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섭변호사
▲ 박준섭변호사

얼마 전 가족과 중국의 심양을 거쳐 단둥, 국내성 백두산, 졸본 등 만주와 백두산을 다녀왔다. 북한에서 자란 화교 출신의 관광가이드가 고구려사를 중국 소수민족 역사의 하나로 설명해 듣는 내내 불편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의 현실을 본 것같아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동북공정은 현재의 중국영토 내에서 일어났던 모든 고대역사를 모두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부여, 고구려, 발해는 중국의 지방정권이었고 그 역사도 중국역사라는 것이다. 이 입장에 의하면 고대 조선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동북공정의 결정적 계기가 되는 사건은 1984년 중국 요하강 부근 우하량에서 약 5천년 전의 여신상이 발견됐다. 이것은 흔히 아는 홍산(紅山)문화로 신석기 문명이다. 세계사에서 4대문명, 그 가운데 가장 늦다는 황하문명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문명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하가점 상층문화라고 일컫는 이 유적에서 여신상과 신전터, 적석총과 석관묘 그리고 곰 토템 등 문명 시원의 유적이 발견됐다. 또 하가점 하층문화에는 요서지역에서 발전한 청동기 문화도 나타났다. 하가점 하층 지역에서 출토되는 청동기는 비파형 동검으로, 이는 황하유역에는 발견되지 않고 요하지역과 한반도에서 출토되는 한국사의 표지적인 기물이다.

우리나라 일부 학자들은 최근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들며 홍산문화를 한국의 기원문화로 제시하고 있다. 홍산문화가 기원전 5천년 전이고, 단군이 건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333년이므로 연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 우하량 지역에서 출토된 곰 토템이 웅녀와 관계가 있고 삼국유사와 문헌적으로 연결된다는 점, 적석총과 석관묘 문화는 시베리아 등 북방벨트에서 발견되고 중국본토의 문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빗살무늬토기와 세석기는 요하 일대 신석기 문화에는 대부분 보이는 것이지만, 황하 일대는 없는 북방문화계통인 점을 들고 있다.

또 하가점 상층문화와 연속성에 대한 의견대립이 있기는 하지만 하가점 하층 문화의 기원연대는 기원전 24세기경으로 추정되며 기원전 15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와해된 것으로 보인다. 그 범위는 내몽고 남부지역과 요녕성 서부지역을 아우르는 넓은 지역에 분포돼 이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고대 조선의 건국연대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이에 문헌사료의 부족과 고고학 자료의 한계 등을 근거로 고대 조선이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문헌에만 의존하는 실증주의적 관점에 한계가 있고 고고학상 요서와 요동을 포함한 만주지역은 고대인 기원전 6천년 당시부터 이미 중원과는 다른 문명권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홍산문화와 소하연 문화 등 신석기 시대문화에 이어지는 하가점 하층과 상층문화 등 청동기 문화는 우리 역사에서 고대 조선 시대에 해당할 가능성이 많고 학문적으로도 가능한 ‘역사’라고 생각된다.

중국은 현대 신해혁명 당시 구호였던 ‘멸만흥한’이라는 이념으로 존재해왔던 전통적인 ‘화이사상’을 포기하면서까지 현재의 중국영토의 한족과 이민족을 하나의 역사로 만드는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동북공정은 다시 한 번 우리역사를 한반도로 제한하는 강요이며 위험한 시도다.

이의 대응책은 우리 역사의 기원이 한반도 북방이 동북지역에 있다는 의식을 분명히 하면서 홍익인간과 제세이화의 이념을 가진 단군 신화를 ‘역사’로서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제 국가개념은 지고 세계가 네트워크로 이어진 미래시대가 도래할 경우를 대비해 ‘어디까지가 우리 땅’이라는 식의 역사관을 넘어 역사를 교류의 과정으로 보아 만주, 몽골 초원,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역사관을 넓혀나가야 한다. 역사적 상상력은 우리에게 요하문명이 유목과 농경이 융합된 평화롭고 평등한 고대문명이었을 가능성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이것은 과거에 서양의 고대문화가 그랬던 것처럼, 동북아 고대문화에서 세계의 ‘새로운 미래’의 희망의 빛을 찾는 것을 뜻한다. 그 중심에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서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